'환율자유국' 유지될까...수출은 빨간불
'환율자유국' 유지될까...수출은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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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각국의 환율제도 분류를 개편할 예정이어서 개편 방식과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환당국은 일단 이번 개편에서 우리나라가 환율 변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국가로 인정받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당국이 지나치게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인식된다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IMF의 환율제도 분류 개편작업은 그 결과와 상관없이 원.달러 환율을 떨어뜨리는 압력으로 작용해 우리 수출 기업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시장에서 달러를 흡수할 경우 IMF나 선진국으로부터 환율을 조작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시장개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율제도 분류 어떻게 개편되나
당국에 따르면 IMF는 이르면 오는 10월 발표하는 `각국 환율제도에 대한 연차보고서(AREAER)'에서 각국의 환율제도 분류를 개편할 계획이다.

현재 환율제도는 외환거래 자유화 정도에 따라 8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홍콩처럼 당국이 환율을 결정하면 `통화위원회제(Currency board)', 중국이나 인도처럼 당국이 일정부분 개입하면 `관리변동환율제(Managed floating)' 등으로 부르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선진국들처럼 환율이 외환시장의 수급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자율변동환율제(Independently floating)'를 채택했다. 가장 고도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제도다.

하지만 IMF는 10가지 분류체계로 세분화하는 이번 개편에서 자율변동환율제의 범위를 좁혀 시장개입이 거의 전무한 `자유변동환율제(Free floating)'로 바꾸고, 기존의 관리변동환율제를 `변동환율제(Floating)'로 범위를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변동환율제' 국가에는 과거에 자율변동환율제를 채택했더라도 환율 개입이 상대적으로 잦은 국가들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IMF가 환율제도 분류를 개편하는 데는 중국처럼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있는 신흥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각국에서 외환시장에 대한 크고 작은 개입이 사실상 나타나고 있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국 `환율 자유국' 지위 유지될까
이번 개편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우리나라가 `변동환율제' 국가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관리변동환율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변동'보다는 `관리'에 초점을 맞춰 저평가된 환율을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막대한 무역흑자를 유도하는 `환율 조작국'이라는 비난을 미국 등으로부터 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수출 호조와 성장률 견인을 위해 정부가 환율 개입을 통해 원화 약세를 유도했다는 뜻에서 `강만수 환율'이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배경에는 수출 기업들을 위해 당분간 `환율 방어선'을 구축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우려가 과연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외환시장이 받은 충격을 조정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은 용인되고 있으며, 이는 환율 움직임의 추세를 바꾸거나 환율을 일정 수준에서 묶는 환율 개입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일본도 2004년 대규모 환율 개입으로 논란을 빚었지만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처럼 외국 자본의 유출입에 따라 변동성이 큰 소규모 개방경제는 완전한 자율변동환율제가 `독'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환율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주문했다.


◇환율 하락압력, 수출기업에 부담 줄듯
우리나라가 IMF의 이번 환율제도 개편에서 어떻게 분류되느냐와 관계 없이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증권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몰려들면서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지만 당국은 `한국은 환율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이에 대한 조정에 나서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외환보유액의 추가 확충을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환율 하락으로 당장 수출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원화로 환산할 때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그동안 높은 환율은 수출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줬고, 이는 기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등 높은 환율에 따른 유형.무형의 도움이 많았다"면서 "환율이 내려가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상반기 중 통관기준 수출이 25% 감소했지만 원화기준으로 보면 15~20% 증가에 그친다"면서 "이는 환율이 기업들의 채산성에 도움을 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율하락이 수출기업에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금융연구원 장민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환율이 급격한 속도로 많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부작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 수출을 결정하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세계적인 수요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율하락은 물가안정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소비나 투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따라서 환율하락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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