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벌써?
출구전략?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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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하반기 경기에 대한 정부의 낙관적 전망이 나오면서 증권시장은 본격적으로 달아오르는 양상을 보였다. 물론 정부 발표 이전부터 시장에는 기업 경영실적 호전 등 여러 발표들이 잇따르며 상승무드를 탔지만 정부 발표에 탄력을 받아서인지 코스피, 코스닥, 선물지수가 일제히 올랐다.

물론 이날 미국을 제외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증시가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경기침체가 끝나는 시작을 보고 있다’고 바닥 탈출을 장담한 미국 증시는 여전히 하락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어떻든 증시가 뜨거워진 30일에 이명박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내외 경제동향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성장을 자신했고 시장은 즉각 응답했다. 재정부는 향후 불확실성이 많다는 전제를 붙여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어법을 쓰고 있고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될 때까지 당분간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이기는 했다.

대통령도 이럴 때일수록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 그러나 정부의 조심스러운 듯한 자세 뒤에는 출구전략을 논하는 자신감이 번져가고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재정부가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재정부가 보기에 몇차례 위기설도 잘 넘겼고 실물경제 흐름도 개선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위기대응 차원에서 도입한 한시 대책의 실효성을 점검하면서 동시에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기조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쩐지 정부의 낙관론이 불안해 보인다. 한국정부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쏟아지는 경기전망들도 고름주머니를 놔둔 채 약만 바르고 붕대를 감아버리는 엉터리 의료행위처럼 믿음이 가질 않는다.

우선 세계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던 몇 가지 현상들은 개선된 것이 없다는 점이 걸린다. 그간 세계경제의 우환거리였던 미국 정부의 공적부채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유동성 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앞장서고 각국이 뒤따르는 형태로 진행돼온 저금리 기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실업률은 치솟기만 할 뿐 낮아지지 않고 있다. 원자재 값도 안정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곤두박질치는 듯 하던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원자재가 상승과 유동성 과잉은 불가피하게 물가인상 압박을 가중시킨다. 그러나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실업률은 소비여력을 갈수록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은 지금 실물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정부가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 실업률 증가추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그 실상은 하반기 예산까지 끌어다 상반기에 조기 집행한 공공사업비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일 뿐이다. 그것도 겨우 증가세 둔화 수준이다.

기업은 인건비를 포함한 기업운용의 기본비용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실적 호전이라는 선물을 던져줬다. 비정규직의 대거 정리도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그러나 이런 과도한 다이어트는 기초체력을 훼손하고 요요현상을 불러올 뿐이다. 기업이 굴러가는 추진력을 한번 잃고 나면 다시 회복하기는 새로 창업하는 것에 준한다 할 만큼 힘든 일이다.

정부 발주 사업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했으니 하반기에는 그나마 주춤할 터이고 구조조정, 정리해고 등으로 늘어나는 신규 실업자에 대한 정부 지원 부담은 커져갈 것이다. 각국에 뻗어나갔던 자본들의 철수도 늘고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며 이미 북한 경협기업들은 부도가 나거나 그렇지 않아도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물론 정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의 소비기대지수도 높아지고 있고 한국의 하반기 기업 경기나 소비 전망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라는 조사가 나왔다고 한다. 세계 경기가 어떻든 한국은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인데 여전히 ‘대망의 80년대’를 노래하던 유신정부의 망령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해 불안한 것은 단지 노파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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