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로 발발된 경쟁에 '뱅킹' 용어 놓고 갈등
장외파생심의권 문제 놓고도 감정대립 양상
[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은행과 증권사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CMA로 시작된 두 업권 간 경쟁은 증권사의 지급결제 서비스 개시를 놓고 심화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뱅킹(Banking)' 용어 사용을 놓고 대립의 각을 세웠다. 여기에 장외파생심의권 문제를 놓고도 미묘한 감정대립을 벌이고 있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업권 간 '장벽'이 무너지면서 경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지만 금융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경쟁은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월급통장' 놓고 고객 유치戰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대투증권이 연 4.1%의 금리를 주는 CMA를 내놔 점유율을 대폭 높인 데 이어 현대와 대우, 하이투자 등 다른 증권사들도 지급결제 서비스 실시에 맞춰 4%대의 CMA를 출시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이 역마진 우려까지 감수하면서 이처럼 금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금리인상에 따른 점유율 상승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 4.1%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하나대투증권의 점유율은 지난 5월 10%대에서 7월 들어 30%대로 높아졌다.
이같은 증권사들의 금리 인상에 은행들 역시 연 4%의 고금리 제공과 수수료 면제, 신용대출 등의 혜택을 주는 '월급통장'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은행들은 월급통장에 정기예금보다 1%포인트 내외의 우대 금리를 주는 대신 CMA와 경쟁해 젊은 고객도 유치하고 대출 등의 추가 실적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 4월 출시한 'AMA플러스급여통장'은 3개월 만에 130만8천 계좌(1조4천928억 원)를 유치했다. 이 상품은 연 1.7~4.1%의 금리를 지급하고 각종 수수료도 면제해준다.
국민은행이 2008년 1월 말 출시한 'KB스타트통장'도 130만 명 이상의 고객을 끌어모은 데 이어, 최근에는 매일 2천500명의 가입 실적을 올리고 있다.
기업은행도 2년 만에 125만 계좌를 확보한 '아이플랜급여통장'에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추가해 판매 중이다. 하나은행도 이달 초 18~35세의 직장인 대상의 '빅팟 슈퍼 월급통장'을 내놓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직은 본격적인 경쟁이 점화되지 않았지만, 증권업계가 다음달초 지급결제 개시에 맞춰 CMA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어서 본격적인 경쟁이 예상된다.
■업권 간 '장벽' 파괴에 경쟁 심화
최근에는 용어 사용을 놓고도 대립의 각을 세웠다. 발단은 'CMA와 BANK(은행)가 결합했다'는 카피를 사용한 한국투자증권의 CMA 광고였다. 이에 대해 은행 측에서는 은행이 아닌 금융회사가 상호에 은행이라는 문자를 사용하거나 은행 업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은행법 14조를 위반한 것으로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국내 금융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제 기능적인 의미로서 '뱅킹'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은행 측의 반응이 너무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뱅크와 뱅킹 등의 용어는 비은행권에서 사용하면 안된다"며 해외 사례를 조사해 관련 조치를 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양 업권간 다툼은 장외파생심의권 문제로까지 번져가는 양상이다.
민주당 이성남 의원이 지난 4월 금투협에 독립적인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상대적으로 고(高) 위험군에 속하는 장외 파생상품을 사전 심의토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은행권이 사전 심의는 물론 그 주체에도 반대하고 나선 것.
어떤 형태로든 사전 심의를 하면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고 증권사들이 주축인 금융투자협회가 주체가 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작 심의 주체로 지정된 협회도 장외 파생상품이 대규모 손실을 내면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양 업권 간 갈등에 대해 금융계 안팎에서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업권 간 '장벽'이 무너지면서 생길 수 있는 부분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지만 금융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경쟁은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금융기관들이 밥그릇 싸움에만 열중해 수익성 악화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증권사와 은행들이 제 살 깎아 먹기 식 출혈 경쟁과 신경전에만 열을 올려 수익과 경쟁력이 나빠질까 우려된다"며 "증권사들은 CMA 운용 대상인 환매조건부채권(RP)의 수익률이 2%대 중반에 불과해 역마진이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