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다양성 '기대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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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야당의 장외투쟁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미디어 관련 3법의 개정안을 여당 단독의 일방적 강행처리를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이하 신문법 개정안), ▲방송법 일부 개정안(이하 방송법 개정안),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일부 개정안(이하 IPTV법 개정안). 미디어법으로 묶어 불리는 이상의 3개 법안이 과반수에 육박하는 여당과 이에 동조하며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선진한국당의 합작으로 국회에서 강행처리 됐다.

선진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이 반대했고 대다수 국민들도 반대했지만 국회 의석수에 밀려 강행 처리된 과정을 보면 앞으로 국회에 기대할 바는 없다는 절망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어떤 법안이든 여당이 표결처리를 강행할 경우 정책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 채 들러리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재 모든 야당의 처지임을 분명히 인식시켜 준 사건이 된 셈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국회에 남아있는 것은 실상 야당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포장지로 스스로를 전락시키는 데 불과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하릴없이 된 야당은 결국 장외로 나섰다. 이는 선택이라기보다는 등 떠밀려 쫒겨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이라도 힘이 달린다고 생각했던가? 지금 미디어법 논란이 펼쳐지고 있는 마당에서는 ‘대리투표를 했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됐다’는 등의 강행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이 쟁점의 하나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보면 오욕의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눈으로 보고 겪어온 세대들은 어쩔 수 없이 지난 시절의 추한 국회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 시절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한낱 데자뷰 현상쯤으로 이해되고 말 일일 수도 있지만 역사는 권력의 욕망에 의해 종종 같은 현상들을 반복해 보여주곤 한다.

국회의 날치기 통과 사례가 한두 건은 아니지만 어린 학생들의 교과서에까지 실린 사례로는 사사오입 개헌안 통과 건을 떠올려 볼 수 있다. 표가 절반에 미달하자 표수를 사사오입하면 가결 표수가 된다는 기상천외한 계산법으로 결국 정부`여당 안을 밀어붙여 통과시켰던 그 사건이 왜 이 시점에서 다시 떠올라야 하는 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미디어법 논란이 워낙 거세다보니 같은 날 통과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거의 화제로 등장하지도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 대한민국의 향후 방향을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이슈이며 미디어법과 궤를 같이 하는 법 개정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조명 받지 못하는 이유는 미디어법이 가지는 파급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기독교인 대통령에 대해 한국기독교계 내부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니요’를 말하는 조직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번 개정 통과된 미디어 관계법들이 “대형 신문과 재벌 기업의 방송 참여를 통해 현 정권에 우호적인 여론을 창출하고 정권 안보와 계속 집권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물론 사주가 한나라당 국회의원이기도 한 한 신문 사설은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어렵게 한 반쪽짜리 개혁으로 끝났다”는 비판을 통해 정부`여당의 입장을 적극 옹호, 한두 개 메이저 신문들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이 반대하는 경향과 정면으로 맞부딪치고 있기도 하다.

“이번 개정된 법의 시행 시기는 2012년이므로 차기 대선 영향력 행사는 불가능하다”는 눈속임 논리도 등장한다. 이미 목줄을 잡힌 언론이 과연 얼마나 양심을 지켜갈 수 있을지를 우리는 10여 년 전까지 참 오랜 기간 학습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이번 미디어법 개정에 대해 반대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은 데에는 이미 국민 대중들이 여론을 통제하고자 하는 정부의 욕망을 경험했다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미네르바 사건, 아고라 토론의 장에 대한 통제 시도 등을 거듭해온 정부의 욕망이 이번 미디어법 개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대중적 시각이 많다는 것이다.

90년대 세계 미디어 시장은 21세기 미디어 산업이 미디어 융합을 통해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이미 여론의 다양성에 통제가 시작된 상태로 개정된 미디어법에 그런 희망의 싹이 담겨 있다고 믿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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