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 실적부진, 진로 재상장 발목잡나?
하이트 실적부진, 진로 재상장 발목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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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5만원대 후반 넘겨야"...실적 악화겹쳐 '부담'

[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하이트홀딩스가 진로 재상장을 위해 1500억원의 자금까지 투입하며 시간 벌기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아보인다. 진로의 실적이 발목을 잡고있기 때문. 진로 재상장만이 하이트의 재무적 부담을 덜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하이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새 FI 유치 성공…상장 지연시 1조4000억원 '부담'

하이트홀딩스는 지난 2005년 3조4288억원을 투입해 진로를 인수했다. 이때 교원공제회, 군인공제회, 모건스탠리(MSJILLC), 산은PEF, 산은캐피탈, 새마을금고 6곳의 FI가 참여했다.

당초 이들은 진로의 재상장을 통한 투자이익을 기대했지만, 올해 초로 예정됐던 진로 상장은 금융위기로 인해 불발로 끝났다. 당시 하이트홀딩스는 이들 재무투자자들에게 풋옵션을 내걸었다.

결국 진로 상장이 지연되면서 투자원금과 수익금을 제때 환수하지 못한 투자자들 가운데 모건스탠리와 산업은행 등이 3545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고, 하이트홀딩스는 이를 되사줘야 했다.

진로의 상장지연으로 큰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던 하이트는 새로운 FI를 끌어들이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리얼디더블유 유한회사와 신용협동조합 2곳이 과거 모건스탠리가 지니고 있던 진로 지분을 주당 5만2000~5만3000원 수준에 하이트로부터 매입한 것. 이에, 하이트홀딩스는 2894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새로 참여한 FI들과 하이트가 맺은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는 점이 새로운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4~5개 가량의 금융회사가 공동설립한 유한회사인 리얼디더블유는 진로 재상장 여부와 무관하게 내년 7월18일부터 하이트측에 진로지분 바이백을 요구할 수 있다.

신협은 내년 5월30일까지 진로가 재상장되지 않거나 혹은 재상장되더라도 6개월(보호예수기간)만 지나면 하이트에 바이백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거래가 8%대 금리를 보장받았던 FI가 빠지고 남은 자리를 메우는 거래라는 점에서  이들 신규 FI들이 풋옵션 행사에서 상당한 수익률을 보장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진로의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공모가나 향후 주가가 6만원대를 넘어선다면, 이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FI들 입장에서는 풋옵션을 요구하는 것보다 구주매출을 진행하거나 지분을 더 갖고 있는 게 이익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장이 또 다시 지연되거나 상장되더라도 5만원대 후반을 넘기지 못하면 하이트는 내년에 최대 1조4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들여 이들 지분을 해소해 줘야한다.

새 FI 유치 성공에도 불구하고 하이트는 풋옵션 부담을 완전히 덜지 못한 셈이다.

■진로 실적 악화에 깊어지는 '고민'

증권계 일각에서는 진로의 공모가가 5만원대 이하로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진로의 실적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

진로는 지난 1분기 매출액 1천604억원, 영업이익 263억원, 당기순이익 26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은 6% 줄었고, 영업이익은 35%, 당기순이익도 21% 줄어 들었다.

특히, 롯데가 인수한 '처음처럼'이 소주시장 침체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는 반면 업계 1위 진로의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4월 '처음처럼' 판매량은 3월대비 8.9%, 작년 동기 대비 8.1% 증가한 122만5000 상자에 달했다. 올들어 4월까지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5.8%의 증가세를 보였다. 시장점유율도 작년 동기대비 1.3%P상승한 12.6%까지 늘었다.

반면 소주업계 1위인 진로는 4월 판매량은 494만5000 상자로 전년 동기대비 3%가량 줄었다. 1~4월 누적 판매량 역시 1709만4000상자로, 작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다.

이같은 부진한 실적에 진로의 공모가가 현재 FI들이 요구하는 공모가격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FI들이 요구하는 공모가격 수준은 6만원이다. 문제는 FI들이 요구하는 공모가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치라는 점.

증권업계 관계자는 "진로의 주당순이익(eps) 및 업종 PER을 고려해 보면 5만원 정도가 공모가로 적당하다"고 말했다.

상장 이후도 문제다. 상장을 한다고 해도 상장 이후 진로 주가가 일정 수준(5만4000원∼5만6000원)을 넘지 못하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의 진로 인수가격이 당시 적정 인수가였던 3조원을 훨씬 웃돌면서 인수 당시부터 하이트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이제 하이트는 진로 재상장과 주가에 그룹의 총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새 FI 유치에 성공하면서 일단 한숨 돌린 상황이지만 아직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며 " 하이트는 상장과 공모가 이슈를 해결할 수는 1년 남짓 시간 동안 하이트의 분주한 행보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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