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민영화된다고?
건강보험 민영화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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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 "보험을 팔려면 어느 정도 뻥치는 게 불가피하다."

평소 보험설계사들을 자주 만나다 보면 대체로 위와 같은 말들을 한다. 물론 상식적으론 잘못된 것이지만 우리네 일상에는 상식과 동떨어진 일들이 허다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뻥치지 않고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설계사들은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고 도태되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럴 때마다 보험영업의 본질이 이런 건가 하는 회의감이 밀려온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양심적이고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설계사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소수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최근 실손의료보험을 놓고 보험업계가 내홍을 겪고 있다. 보장한도 제한을 놓고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30여년간 100% 보장 실손의보 상품을 팔아온 손보사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90% 보장제한 정책이 달가울 리 없다.

반면 80% 보장한도 상품을 팔던 생보사들은 손보와 경쟁력을 맞출 수 있게 돼 희색이 돈다. 이에 양 업계 노조들까지 나서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벌이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 자체보다 더 마뜩찮은 것은 이런 와중에도 영업일선에서는 이 모든 게 그저 고객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밖에 이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본 기자만 해도 최근에 보험판매인들에게 여러번 연락을 받았는데 하는 말들이 가관이다.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느니 보장한도 줄기 전에 꼭 가입하라느니 하는 말은 오히려 애교로 넘길 만한 수준이다.

한 손보사 대리점에서는 A화재 본사라며 앞으로 건강보험이 민영화될 테니 자신이 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을 소개시켜 주겠단다.

그래서 실손의보를 말하는 거냐고 묻자 그렇다며 앞으로 보장한도가 줄거나 보장이 없어질 전망이니 서둘러 가입하란다.

본사에서 보험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대리점에서 전화한 거냐고 묻자 그제서야 그렇다고 시인한다. 뭐 대리점을 본사라고 말하는 정도는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정도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민영화된다는 얘기는 그냥 웃어넘길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보장한도가 90%로 줄어드는 건 맞지만 현시점에서 건강보험이 민영화된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보장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간 보장하지 않던 담보가 앞으로 보장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실손의보는 새롭거나 획기적인 상품이 아니라 지난 30여년간 손보사들이 팔아왔던 상품일 뿐이다.

이렇게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보험영업에는 어느 정도 과장이 가미된다.

애초에 보험은 주변의 모든 위험을 대비하는 수단이 아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헤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보험사 및 판매자들은 보험으로 모든 걸 다 커버하라고 말한다. 투자도 보험으로 하고 노후대비도 보험으로 하고 자녀 학자금도 보험으로 마련하고 모든 위험도 보험으로 대비하란다.

보험은 만능 상품이 아니다. 단지 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를 대비해서 미리 준비하는 것일 뿐이다.

국내 보험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이라지만 보험업계의 현실은 정작 보험의 정도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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