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원 권 위폐소동 유감
5만 원 권 위폐소동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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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권 지폐가 나온 지 열흘도 안 돼 위조지폐가 등장하는 일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물론 유로화가 처음 등장하자마자 위조지폐가 따라 나온 사례가 있긴 하다. 앞으로도 이처럼 신권이 등장하자마자 위폐가 뒤따라 등장하는 일들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36년 만에 새로운 고액권이 등장한 만큼 당국도 앞으로 지폐 위조 시도가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은, 경찰, 국가정보원, 한국조폐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세청 등 관련기관들이 ‘위폐방지실무위원회’와 ‘위폐방지기술협의회’로 모여 위조지폐와의 전쟁에 나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근래 들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위조지폐의 등장을 막기 위한 각종 방지장치들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전적으로 막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특히 이번처럼 고액신권이 등장하는 경우 위폐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범죄 심리 또한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와 더불어 위조지폐범들은 자국 화폐뿐만 아니라 교류가 많은 타국의 지폐 위조에도 눈을 돌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위폐방지의 대상범위를 광역화하는 노력 또한 요구되는 현실이다.

화폐전문가들의 평가에 따르면 이번 5만원 신권은 위조지폐 방지를 위한 완벽한 장치를 갖췄다고 한다. 36가지의 위폐방지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일단 보급이 본격화되면 웬만한 위조기술로는 똑같이 만들어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처럼 빠른 시간 내에 위조지폐가 등장한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는 복사기의 대중화와 고성능화다. 웬만한 가정에서는 칼라복사기능을 갖춘 프린터를 갖추고 있다. 1가구 1PC 시대에서 1인 1PC 시대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컴퓨터 보급에 이어 프린터 보급도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고해상도를 자랑하는 프린터의 보급으로 악의적 위폐범이 아니더라도 청소년들의 호기심에 의한 지폐복사 및 유통 위험성이 늘 상존하고 있다.

두 번째는 최고액 신권이 등장했으나 많은 수의 국민들이 그 실물을 구경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신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까닭도 있지만 고액신권이 일반국민들에게 당장 쓰일 일이 많지 않아 공급초기에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신권을 접해보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20대 위폐범의 경우도 바로 그런 약점을 이용하고자 했다고 경찰에서 자백했다. 이번 경우 단순히 가정용 프린터로 칼라복사 한 매우 조잡한 수준의 위조지폐여서 5만 원 권에 눈이 익숙해지기만 해도 금방 눈치 챌 수준이라고 한다. 전문적 위폐범의 소행이 아닌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그토록 빨리 위조지폐가 등장할 것을 예상하지 못한 허점을 노렸다는 점에서 범죄성이 가볍지 않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는 동시에 범죄의 글로벌화로 이어진다. 특히 세계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위조지폐 범죄는 국경을 넘나들며 더욱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제기축통화로서 거침없는 유통성을 가진 미 달러화의 경우 전 세계 거대 범죄조직들의 좋은 타깃이다. 따라서 이를 막으려는 미국 정부의 수사력도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지만 위폐수준도 동시에 발달하는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달러화 위조 수준이 가장 발달돼 있다.

이른바 ‘슈퍼노트’로 불리는 위조 달러는 위폐감별기로도 식별이 어려운 수준이라고 한다. 빛에 비춰야 보이는 은폐 은선, 보는 방향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색변환 잉크까지 진짜 지폐와 똑같이 만들어내는 기술수준에 대량으로 유통시키는 조직력까지 뒷받침돼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아직 한국의 위폐 기술은 아마추어 수준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5만원권 정도의 고액권이면 국제범죄의 타깃이 될 우려가 크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 이내로 진입하면 더욱 더 국제 위폐조직들이 눈독을 들일 가능성이 커진다.

뿐만 아니라 달러화의 약세가 지속되면 불가피하게 나타날 향후 국제 기축통화의 다변화 시대를 맞으며 국제적인 위폐 범죄 조직들도 아울러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런 추세로 보자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방지기술을 도입한 것만으로 자화자찬하며 만족할 일은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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