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곳간 빌까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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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A 신용카드로 고객이탈 불가피
자산확대 지양…보수적 경영전략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금융위기를 계기로 은행들의 영업방식이 '보수적 전략'으로 회귀하고 있는 양상이다. 오는 7월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지급결제 기능이 추가 될 경우 '머니무브'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대출확대보다는 수신증대에 영업의 초점을 두는 한편, 기존 단기수익 위주의 성과지표에도 손질을 가하고 있다.

■예대율 고공행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국내 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제외한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은 116.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26.5%)과 비교해 하락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예대율이 100%를 상회한다는 것은 예금자산보다 대출자산이 많다는 의미이다. 국내 은행들의 예대율이 이처럼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은행간 자산확대 경쟁 때문이다.

실제 은행 예대율은 지난 1998년에는 70% 수준에 머물렀으나 은행간 자산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2005~2006년에는 무려 23%포인트 급등했다. 이 기간 국내 증시가 호황을 보이면서 은행에서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 현상도 본격화 됐다.

올해 역시 은행들의 예대율 방어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올초 시행 발효된 자본시장법은 은행-증권간 업무 장벽을 와해시키면서 증권사 CMA계좌에도 지급결제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특히 CMA의 경우 은행 보통예금과의 금리차가 최대 3%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은행 고객들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 3월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원화예금 증가율은 14%에 불과한 반면, CMA는 같은기간 30.7%에 달했다. CMA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에는 100%를 넘어서기도 했으며, 같은 기간 원화예금은 한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은행의 예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예대율 감소는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중개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은행들은 적정한 예대율을 유지하면서 펀드 판매 등을 통한 수수료 수익 증대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실경영' 한 목소리
지난 한해 급격한 '머니무브'로 한차례 곤욕을 치뤘던 은행들도 선제적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에도 제동을 걸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하반기 위기대응체제를 도입하고 인사 및 성과관리 체계 등 전부문에 걸친 대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성과평가 부문에서는 수신위주의 KPI를 도입하고 평가기간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출확대 및 펀드판매 등에 따른 단기 성과보다는 자금의 유출입 현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도 하반기 영업전략을 보수적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경영전략 회의 등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백순 은행장이 취임 100일째를 맞아 내실 경영을 통해 '위기에 강한 은행'이라는 명성을 확고히 하려 한다"며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자산확대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등 보수적 영업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특히 주거래 고객과 월급통장 고객들을 대상으로 혜택을 확대해 CMA신용카드 출시에 따른 고객이탈을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국민은행도 상반기 긴축경영 체제를 하반기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제한은 해제한 상태지만 별도의 마케팅은 시행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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