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안돈다"…정부, 금융정책 '급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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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주기식' 지원→"中企도 구조조정 대상"
유동성 완화 기조→출구전략 논의 구체화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이 급선회 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퍼주기'로 일관해 중소기업 지원방안이 '옥석구분'으로 선회하고 있으며, 과잉 유동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속돼온 유동성 완화 기조에 대한 출구전략 논의도 구체화될 조짐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구조조정에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의 이같은 지적은 올초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전액 만기 연장 및 100% 보증 등 정부의 기존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처럼 정부 정책기조가 뒤바뀐 것은 국내 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어느정도 벗어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일괄적인 유동성 확대보다 각 부문별 미세조정을 통해 유동성이 실물 부문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성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 자금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인 통화유동 속도는 지난 3월말 현재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인 0.687까지 추락하며 신용경색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나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기업 투자가 축소된 것이 주된 요인이지만, 부실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정부의 퍼주기식 중기지원이 투자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찌감치 은행권에서는 '정부가 겉으로는 구조조정을 외치면서 은행에 부실을 떠넘기려 한다'는 볼멘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 12월 1조8000억원 감소했던 은행 중기 대출은 올 1월 3조1000천억원 증가세로 돌아선 뒤, 2월 3조원, 3월 3조7000억원으로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4월에는 2조2000억원 감소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올 들어서만 4월까지만 무려 12조원 가량 늘었다.

문제는 중소기업대출이 늘어나면서 중기대출 연체율도 지난해말 1.70%에서 4월말 현재 2.59%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정부의 퍼주기식 중기 지원이 실물경제 회복보다는 은행의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달 18개 은행과 외화채무 지급보증 양해각서(MOU)를 다시 체결하면서 중소기업대출 순증 목표를 기존 37조원에서 32조원으로 낮췄지만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이후 급격히 늘려온 중소기업대출이 하반기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 건전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유동성 완화 기조에 대한 출구전략 논의도 구체화될 조짐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피력하는 등, 정부 내에서도 올 2분기가 경기의 저점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기침체보다는 자산시장에 거품이 형성되는 등 국지적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단계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당장 기준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르면 올 하반기 기준금리가 인상기조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노무라증권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과잉유동성과 자산가격 상승을 선제적으로 다루고자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과도한 인플레이션과 금융불안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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