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銀, '독불장군' 경영으로 '내우외환'?
외국계銀, '독불장군' 경영으로 '내우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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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銀 등 잇속챙기기식 영업 '눈총'
내부 불신으로 지주사 전환 '첩첩산중'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대다수 국내 은행들이 유례없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잔뜩 움츠리고 있는 가운데 유독 '당당한' 은행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정부의 정책방향은 물론 은행권 공동 움직임에도 수시로 엇박자를 내며 비난을 사고 있지만 '나홀로식' 경영행태가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기대출 외면
SC제일은행은 올 1분기에 2111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50%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일부 은행이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면치 못한 것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말 12.75%에 불과했던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외환은행 등 3곳의 시장점유율도 3월말 현재 14.14%로 크게 높아졌다.

이같은 실적개선은 임직원들의 성과급 증가로 이어져 지난 1분기 SC제일은행의 1인당 평균급여는 2300만원으로 일부 대형 시중은행의 2배에 육박했다.

그러나 SC제일은행의 '돈잔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은게 사실이다. SC제일은행은 금융위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으로 '탁월한 리스크 관리 능력'를 꼽고 있지만, 철저한 '잇속 챙기기식' 영업이 유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형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을 통한 외형확대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그동안 대출경쟁에서 소외됐던 외국계 은행들은 각종 수수료 수익과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 확대를 통해 고수익 누리고 있다는 것. 이같은 외국계 은행들의 잇속챙기기식 영업은 '꺾기' 및 대출모집인들의 불법영업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실제로 최근 SC제일은행을 비롯해 한국씨티은행,HSBC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과 계약을 맺고 대출을 알선하던 모집인들이 고객들의 신용정보를 빼돌려 유통시키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으며, 대출을 미끼로 예금이나 펀드가입을 강요하는 '꺾기'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대출모집인들은 은행의 정규직 직원이 아니고 유출된 고객 정보 역시 은행이 제공한 것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내우외환 '몸살'
외국계 은행들의 마이웨이식 대출관행은 금융감독당국의 정책과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당국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시중은행들과의 역차별 논란으로 번질 기미도 엿보인다.

금융당국은 '금융위기 극복의 열쇠는 은행에 있다'며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외국계 은행들은 당국의 이같은 요구에 귀를 틀어막고 있다. 오히려 또 다른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계대출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SC제일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은 2조1200억원 가량 급증한 반면 중기대출금은 4225억원이 감소했다. 외환은행도 주택담보대출금은 2247억원이 증가했으나 중기대출금은 1조6000억원이 감소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은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 입주 잔금을 취급한데다, 광고를 늘리면서 은행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SC제일은행은 모회사인 SC그룹으로부터 브랜드마케팅을 위한 특별예산을 지원받아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에 펼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은 오는 7월로 예정된 지주사 전환에 앞서 인지도 제고라는 포석도 깔려 있다.

그러나 내부 직원들의 불신으로 인해 지주사 전환 작업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 SC제일은행은 최근 세차례에 걸쳐 내부 공모를 실시했지만 지원자가 미달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말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71명 내부선발에 740명이 몰리며 10대1의 경쟁률을 보인 것과도 확연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또,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올해 지주사 전환이 계획돼 있었지만 모회사인 씨티그룹의 경영불안으로 인해 전면 백지화 됐다.

SC제일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지주사 출범을 통해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사측에 대한 불신이 공모미달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은 또, 금융소비자들의 편의제공이라는 명분 하에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영업 개점시간을 오전 9시로 바꾸지 않고 있으며, 대신 30개 영업점을 시간대별로 나눠 시범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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