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월드 속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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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1인당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맞으며 세계 11위권 경제대국으로 위상이 높아졌던 한국경제가 불과 2년 만에 세계 14위로 밀렸고 올해 중 16위까지 밀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IMF가 올해 4월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서 한국은 국가 경제규모와 국민소득 모두에서 뚜렷한 후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수시로 장밋빛 전망을 내놓지 못해 안달인 한국 내 여러 전망 분석이 참으로 무색하다.

지금 지방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계속 늘고 있다는 소식이고 부동산 경기가 활활 타오른다는 서울 역시 강남 등 투기지역을 중심으로 다주택 소유자들의 재테크용 아파트 수요가 일어날 뿐 대다수 실소유자들에게 현재의 아파트 시세는 갈수록 멀어져 가는 짝사랑의 연인이 돼가고 있다. 서울의 부동산 열기가 투기지역 중심으로만 일어난다고는 해도 서울과 지방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 오히려 가속도가 붙어가고 있을 뿐이다.

서울은 점점 한국경제의 블랙홀로 화하고 있다. 끊임없이 국내의 부를 끌어들여가다 어디쯤에서 그 끝을 보게 될지에 대해 과연 이 나라의 지도층들이 생각은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을 보노라면 마치 개미군단이 증시에서 몰리는 쪽으로만 더 몰려가는 모습처럼 안타깝기만 하다. 세계적 자본들이 치고 빠지는 시장에서 늘 그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다 상투 잡고 곤두박질치는 주식시장 개미들의 미래만큼이나 한국 경제의 미래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한국의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는 미국이다. 최근 들어 중국이 규모면에서 그 자리로 올라섰으나 미국은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보니 모든 사회적 규준을 미국에 맞추지 못해 안달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사회지도층에 그런 인사들이 많다. 공석에서야 여론을 살피느라 그렇지 않지만 사석에서는 매사에 ‘미국에서는 이런데...’ ‘미국 사람들은 저런데...’ 하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을 만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 모습이 마치 저는 가진 것 하나 없으면서 가진 것 많은 부자 친구를 부러워하며 무턱대고 따라하려 애쓰는 소심한 소년의 모습처럼 불쌍해 보인다. 자원 많고 영토 넓고 묵은 기술 넘치는 나라, 망해가는 부잣집마냥 갈수록 나라 빚이 늘어도 씀씀이는 줄이지 못하는 국민, 전 세계가 자기 기준에 맞지 않으면 주먹부터 휘두르고 보는 나라를 따라 해볼 생각을 하는 이들이 이 나라 지도층에 많다는 것은 가난한 백성들 입장에서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그런 지도층들에게 이번 전 세계를 휩쓴 경제위기 속에서도 유독 유럽연합 국가들은 타격을 덜 받고 있다는 사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미국식 경제 따라 하기에 나선 나라들치고 이번 미국발 위기에 한 꿰미로 꿰어져 큰 곤경에 처하지 않은 나라가 없지만 그런 사실에도 그들의 미국 숭배는 잦아들 줄 모른다. 보지 않으려는 노력이 때로는 눈물겹다.

그래서 여전히 민영화는 서둘러야 하고 방위체계는 미국 중심체제로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스스로가 중심이 될 생각은 없고 미국 뒤 따라가기에만 몰두한다. 조선 중기 소중화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을 뿐이다.

소중화 사상이 탄생된 배경을 되돌아보면 1592년에 일어난 임진왜란으로 누란의 위기에 처한 조선과 조선왕실이 자신들도 망해가던 명나라의 원군을 받아 위기를 넘기는 데 도움을 받았다. 명나라는 일본이 조선에게 명나라로 가는 길을 열라는 허풍스런 선전포고를 한 데 따라 자국의 안보를 위해 조선에 군대를 보냈을 뿐이었다. 그나마 조선에 파병된 명나라 장수들 중 우두머리들은 조선 출신으로 명나라에 귀화한 집안들이어서 머잖아 명나라가 멸망하자 너도나도 조선으로 다시 망명해왔다.

그렇게 망해가던 명나라와 신흥강국 청나라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던 광해군은 ‘은혜’를 모르는 폐주로 밀려났고 청나라의 침략을 자초했다. 그리고 17세기 송시열 등을 중심으로 소중화주의를 낳았고 고종이 건원칭제 할 때까지 명나라는 사라진 후로도 200년간을 조선의 종주국으로 남았다. 그리고 조선은 망했다. 민족 전체를 식민지로 내던지며.

지금 한국이 향하는 길은 소중화와 얼마나 다른 길인지를 거듭 묻고 싶은 이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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