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를 위한 弔歌
신자유주의를 위한 弔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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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국 진출 대기업들이 비상대기 상태라는 소식이 물밑으로 들린다. 영국이 또다시 국가부도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계적 금융위기에 IMF는 재원이 바닥나 보유하고 있던 금을 내다 팔기로 했다. 그 와중에 한국 정부는 IMF 안에서의 발언권을 키운다는 명분 아래 100만 달러 규모로 IMF 출자금을 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신자유주의 종주국들이 모두 금융위기로 전전긍긍하는 판국에 한국 정부는 미약한 힘으로 흑기사를 자처하고 나선 꼴이니 그 여파가 어떻게 미칠지 바라보는 심정이 자못 조심스럽기만 하다.

국내 언론에서는 경기가 바닥을 쳤다느니 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이번 경제위기를 촉발시킨 진앙지는 여전히 불안하다. IMF를 앞세워 전 세계를 신자유주의 경제권으로 묶어낸 미국과 영국의 금융 불안이 겉 불조차 채 다 꺼지지 않은 상태다.

지금 전 세계를 향해 불길은 진화돼 간다고 나팔을 불고 있지만 아직 불길은 꼬리가 다 잡힌 게 아니다. 게다가 보기에 불길이 무서운 겉 불보다 무서운 게 속 불이다. 오랜 기간 응급처방으로 다스려온 금융 중심지 미국과 영국의 금융위기는 속 불이 그 사이 넓게 퍼지며 열기 또한 높아져 자연 소화될 때까지 더 이상 다스릴 수 없는 상태가 돼 있다.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종주국 미국과 영국은 지금 자국 내의 불길을 잡기위해 허둥대지만 아무래도 여의치 않은 듯 보인다. 금융 버블을 일으켜 전 세계의 금융위기를 키워가며 성장한 신자유주의의 성과들이 거꾸로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방 문을 다 열어두고 자본이 멋대로 굴러다니게 만들어 가난한 나라는 문지방도 다 무너진 터다. 위험한 불을 꼬리에 붙인 자본들이 저마다 살겠다고 그 개도국과 신자유주의 종주국 금융시장 사이를 무시로 드나든다.

자본시장에서는 초국적 거대자본들이 위험한 자본 배팅을 계속하며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영세 자본들을 흡수해 가고 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이미 상당한 손실을 입은 영세 자본들은 원금 보전의 꿈을 버리지 못한 채 여전히 시장에 매달려 있다.

사석에서는 이런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기대하며 아예 바닥까지 갈대로 가게 내버려 둬보면 어떻겠느냐는 소리를 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자본은 스스로의 의지로 굴러가기를 멈출 수 없다. 결국 지금의 초국적 자본들은 국가 몇 개 사라져도 당분간은 여전히 그 힘을 지탱하며 국가 대신 미래 인류의 새로운 빅브라더로 등극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결말은 빅브라더 간의 치열한 생존 투쟁에 휘말린 끝에 온 인류가 기아로 괴멸하는 끔찍한 시나리오까지 나올 수도 있다.

인류 문명사를 되짚어 보면 모든 인류의 공평한 경쟁이 강력한 소수에게로, 다시 강력한 1인에게로 권력을 집중되는 과정을 겪고 겨우 18, 19세기에 와서야 그 소수의 권력을 다시 분산하기 시작했다. 1인의 것을 소수의 것으로 다시 차츰 다수의 것으로 바꿔가는 단계적인 노력의 결과 인류는 스스로의 존엄성에 대해 새로운 각성을 하게 됐다.

그 성과들이 신자유주의의 출현과 더불어 위기를 맞았고 이제 그 신자유주의와 함께 3세기 전으로 회귀를 시작하는 게 아닌가 싶은 불안이 커진다. ‘자유’라는 이름 아래 축적됐던 그 모든 노력이 또다시 소수의 것으로 전락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실감하게 되는 이즈음의 상황이다.

IMF 구제금융 신청과 더불어 뒤늦게 신자유주의의 수레에 올라탔던 한국이 이제 그 수레를 앞장서 끌어보겠다고 나서지만 아무리 봐도 제 실력을 모른 채 불량배에 맞서는 청소년의 모습처럼 무모해 보인다.

신자유주의의 여파가 농업, 환경, 복지 등 다방면에 미치고 있다지만 그 핵심은 금융이다. 결국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발생시킨 모든 이익은 금융자본으로 귀결되고 금융자본만 비대해지는 현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거품을 키워 성장한 금융자본의 결실도 결국은 거품이 만들어낸 환상이고 환각일 뿐이다. 등 떠밀려 올라탄 단물 다 빠진 신자유주의의 수레는 지금 바퀴부터 흔들리고 있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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