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서 살펴본 보험사 지급결제의 허상
기본에서 살펴본 보험사 지급결제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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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에게 수시입출금 기능을 부여하는 지급결제의 허용 여부는 금융의 기본 원칙에서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이 조문은 정부가 작년 12월에 국회에 제출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는데 정작 구체적인 자금이체방법과 시행시기 등 핵심적인 내용은 법이 아닌 시행령에 위임되어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수시입출이 가능한 예치금을 새로 도입하여 지급결제업무를 영위 하겠다는 입장인데 이자도 주고 수시입출 기능도 있는 예치금은 현재 새마을금고에서 취급하는 예금상품인 예치금과 다를 바 없으므로 결국 보험사에 예금수취 기능을 허용해주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은행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은행업을 허용한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전세계는 금융시스템 안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보험사가 지급결제에 참여해도 안전하고 고객 편의가 제고되는 것이 사실이라면 해외 200여개국중에 지급결제를 허용한 국가의 수가 두자리수 정도는 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실제 해외에서 허용한 국가가 단 한곳도 없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당초 보험사에서는 유럽연합과 캐나다의 경우 허용 사례가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지난 4월 17일 열린 국회 토론회 자료에 “미국, 캐나다, EU 등에서 아직까지 보험사가 지급결제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사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이라고 명시함으로써 사실상 국제 사례가 없음을 시인했다. 국제 사례의 전무함은 어떤 안전장치로도 보험사 지급결제 참여의 위험을 해소할 수 없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하겠다.

그럼 고객의 편의가 제고된다는 보험사의 주장은 사실일까. 현재 보험료는 CMS 방식으로 고객이 지정한 날에 고객의 수수료 부담없이 은행계좌로부터 보험사로 자동 이체되며, 보험금 지급 역시 은행계좌로 아무런 불편없이 입금되고 있다. 또한 작년 6월에 보험연구원이 “금융결제원 가입비와 인프라 구축 부담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고 지급결제시스템에 참여하는 것은 무리”라고 인정한 점을 감안해볼 때 고객 편의 제고 효과는 미미한 반면 금융결제원 가입비 및 전산비용 등 막대한 인프라 구축비용중 상당부분이 고객에게 전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기는 또 어떠한가? 전대미문의 금융위기 상황에서 보험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일이 시급하고 급박한 일인가? 보험사 지급결제를 허용해주지 않으면 우리나라 보험산업이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가? 오히려 이에 대한 대답은 “허용해주면 보험산업도 죽고 한국금융도 죽는다”가 될 것이다. 수시입출금 업무는 보험업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데 보험사마다 높은 금리를 주겠다고 은행 예금처럼 경쟁하기 시작하면 보험사의 건전성이 훼손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또 보험사들이 자신들보다 규모가 작은 새마을금고 및 저축은행외에 증권사에도 지급결제를 허용하였는데, 왜 보험사만 안된다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저축은행 등 예금수취기관은 해외에서도 허용하고 있으나, 증권사는 전세계 최초로 국내에 허용해준 사례로서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숨죽이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변해줄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증권사는 유가증권 투자를 위해 하루에도 수십번씩 예탁금을 입출금하는 기능이 과거로부터 있어왔으나 보험사는 업무 특성상 수시입출 기능을 보유할 필요성이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금융위기에서 보험산업을 선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섣부른 예금취급 시도가 아닌 보험업의 본질에 더욱 충실해지는 것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판단해보면 보험사 지급결제는 절대 허용되지 말아야 한다는 쉽고도 명백한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진리는 쉬운 것이라는 오래된 격언이 새삼 입증되는 셈이다.

전국은행연합회 수신제도부 윤성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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