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장애 발생한 지구
순환장애 발생한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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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돼지 바이러스 변종(SI)의 인간 전이는 이제 보건 문제를 넘어 국제 분쟁으로까지 발전할 모양이다. 사스의 발원지로 홍역을 치렀던 중국 등 10여 개 국이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데 대해 미국은 화를 내고 있다.

반면 세계보건기구는 이미 지난 30일 SI의 광범위한 전염에 대응하기 위해 5단계 경보를 발령했다. 전염 속도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현재 30여 개국에서 3천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사망자도 발생국인 멕시코는 176명에 이어 미국에서도 1명이 발생하면서 세계 각국의 방역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아직 SI 발병 사례 보고가 없는 이집트는 자국 내 돼지의 전면 도살을 결정했고 레바논은 사람 사이의 2차 감염 보고에 뺨에 키스하는 전통적 인사법을 중단시켰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멕시코 발 항공기 운항을 중단시켰고 프랑스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멕시코 행 항공기 운항을 전면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홍콩은 단 한명의 환자라도 발생하면 학교를 휴교토록 조치했다.

각국이 신종 전염병에 히스테릭한 수준의 반응을 보이는 것에 비하면 현재 한국은 방역당국의 움직임을 제외하면 매우 차분하다. 인플루엔자 예방백신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당국의 발표도 있었지만 기존 백신이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전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대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현재 정부의 관심은 주로 국내 축산 농가로 피해가 확산되는 것에만 집중된 듯 보인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은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여러 나라에서 들어오고 있는 수입산 돼지고기에 대한 예방조치가 미진하면 결국 국내산 돼지고기의 소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SI의 빠른 확산 사태와 같이 신종 전염병이 한 지역에서 발생하면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현상은 전혀 새롭지 않은 것이어서 많은 이들이 걱정한다. 근래 잇따르고 있는 전 지구적 확산 전염병이 이미 몇 차례 발생됐으며 앞으로도 반복 가능성이 높다.

사스와 조류인플루엔자(AI)의 공포를 잊을 만하다 싶더니 이번엔 SI다. 그 전에도 12년 전 발생한 에볼라바이러스의 위협을 이미 전 세계가 공유했으며 정치적 이유로 함구되고 있는 광우병이나 에이즈 등 10년 이상 묵은 전염병이 시간이 흐를수록 기세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감염자의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에이즈의 경우 현재 전 세계 4천여만명이 감염된 상태로 계속 늘고 있다고 하며 국내에서는 올해 발생한 에이즈 환자의 보복을 위한 2차 감염 시도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에이즈의 경우 치료제가 개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질병의 전파가 계속 늘고 있는 이유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지적재산권을 독점함으로써 높은 약품 가격에 대다수 에이즈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염병 방역에도 독점의 폐해가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폐단은 지적재산권을 행사하는 기업뿐 아니라 강대국의 이해가 맞물리며 예방이 지체돼 사태를 악화시킬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현재 전염병의 주 피해지역은 경제적 빈곤 국가들이다. 방역체계의 미비 및 예산 부족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빈곤 국가가 모기 유충을 길러내는 물웅덩이처럼 전염병의 원인 및 보존지대를 형성함으로써 선진국들의 국가 단위 방역대책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제가 그렇듯 방역도 약품 및 의료기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함으로써 질병의 뿌리를 더 든든히 만들어 끊임없이 신종 바이러스들을 발생시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명을 생명으로 보지 못하고 재산으로만 간주하는 현재의 축산 방식이 근자 여러 신종 전염병과 직접적 관련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SI 발생지로 지목되고 있는 멕시코 목장의 경우 돼지만 1백만 마리 이상을 집단 사육, 돼지는 철저한 자본재로 다루어지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순환의 원리임을 터득하고 분뇨 하나, 음식물 쓰레기 하나도 철저히 자연계의 순환 원리에 맡겨 처리 했던 옛사람들의 지혜가 새삼 기억되는 오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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