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이 제도를 바꾸네'
'관행이 제도를 바꾸네'
  • 김성호
  • 승인 2004.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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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증권수수료 차등적용금지制 폐지’ 문제를 둘러싸고 업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그 동안 ‘우량고객 솎아내기’에 노력(?)을 기울여 온 증권사들은 이 제도만 폐지되면 고객별로 증권수수료를 차등적용 할 수 있게 돼 완벽한 디마케팅(demarketing)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는 반면 일부에선 증권사의 수수료 경쟁이 최고조에 달함은 물론 고객간 형평성 저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도 자체가 증권사 수수료문제와 관련돼 있다보니 제도 변화에 따른 장단점들이 동시에 섞여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공정위의 ‘증권수수료 차등적용금지制 폐지’ 검토가 ‘관행이 제도를 바꾼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공정위가 ‘증권수수료 차등적용금지制 폐지’를 검토한다고 밝히기 이전부터 증권사들은 ‘협의수수료’라는 명목으로 고객들에게 증권수수료를 차등적용 해 왔다.

또 일부 증권는 고객을 예탁자산 기준으로 등급을 나눠 각각 다른 수수료 적용하고 있다.

물론 증권사들이 자체 규정을 두고 협의수수료 적용을 받는 고객을 엄격하게 분류하고는 있지만 ‘고객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증권수수료의 고객간 차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증권수수료 차등적용금지制’ 취지에는 분명히 위배되는 행위다.

업계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관행처럼 협의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공정위가 모를 리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증권사들이 일부 VIP고객에 대해서만 협의수수료를 적용해 오다 보니 공정위 입장에서도 이렇다 할 제재를 가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

또 증권사들의 심각한 경영난을 염두에 둔 공정위가 증권사의 관행을 암묵적으로 인정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잘못된 관행도 주변 환경에 따라 묵인될 수 있다”며 “최근 증권사의 경영상태가 좋지않은 상황에서 공정위가 협의수수료에 대한 제재에 나설 경우 자칫 증권사의 마케팅이 위축될 수 있어 이를 배려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공정위의 진의야 어찌 됐든 간에 그 동안 증권사가 관행으로 행해오던 협의수수료는 내년 쯤 합법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 있다.
제도 변화가 증권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지는 두고봐야 겠지만 ‘관행이 제도를 바꿨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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