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리도를 아시나요?
마력리도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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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시작되긴 했으나 북의 인공위성 로켓 발사를 계기로 더욱 급격하게 냉각된 남북관계 속에 올해도 꽃게철은 다가왔다. 그러나 올해 서해안 꽃게 어장은 파시를 맞은 어장처럼 한산하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해 같으면 남북의 어선들이 NLL 해상 경계선을 두고 긴장해 근접하지 못하는 사이 남·북간 2마일 해상을 중국 어선들이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러던 중국 어선들마저 올해는 남·북간 긴장관계를 의식한 중국 당국의 경계 강화 탓인지 출어가 주춤하다 한다. 국제정치 상황이야 긴박하든 어떻든 모처럼 꽃게 자원의 고갈을 막을 시간은 버는 듯하다.

그 문제의 NLL이 남과 북 간에 불일치로 인해 교전 등 불상사를 초래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 남과 북이 인정하는 각기 다른 NLL이 교차하는 어름에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마력리도라는 이름도 생소한 작은 섬이 하나 있다.

독도보다는 조금 클까 싶은, 그러나 활용공간은 더 넓은 작은 섬은 그간 남도 북도 관심을 쏟거나 소유를 주장하고 나서지 못하는 사이 꽃게잡이에 나선 중국 어선들의 전진기지로 계속 활용돼 왔다고 한다. 중국 어선들에게 그야말로 어부지리를 안겨준 발판이 된 곳이다.

누구나 알고 흔히 쓰는 얘기지만 말이 나온 김에 어부지리의 고사를 다시 생각해보자.

중국의 전국시대, 국경을 접하고 있던 연·조·제 세 나라 가운데 연나라에 흉년이 들었고 먼저 공격을 당한 바 있는 조나라는 그 틈에 연나라를 공격하려 하는 데 이미 제나라와의 싸움에 많은 병력을 투입한 연나라는 조나라와 싸울 여력이 없었다. 하여 소대(蘇代)라는 이름의 제나라 사람을 조나라에 세객으로 보냈다.

조나라 왕을 만난 소대는 흥미를 끌 우화를 끄집어낸다. 조나라로 입국하기 위해 건넌 역수 강변에서 속살을 드러내고 햇볕을 쬐던 대합을 도요새가 와서 쪼니 깜짝 놀란 대합이 급히 오므려 도요새의 부리가 물리는 역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끝내는 도요새와 대합이 죽고살기로 서로 물려있는 상황에서 어부가 나타나 그 둘을 다 잡는 횡재를 했다는 데까지 얘기가 진행된다.

고집을 부리다 공멸하는 이 우화를 들려주며 연나라와 조나라가 싸우면 누가 이득을 보겠느냐고 반문하니 조나라 왕이 연나라 공격 계획을 철회했다는 것이다. 서해안 꽃게 어장에서 중국 어부들이 얻는 작은 이득에만 이 고사가 적용되고 그칠까.

지금 남과 북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계속 갈등의 골을 더 깊이 하는 데만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 틈에 일본은 군사대국의 길로 나가는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제거해가고 있다. 이미 미국 다음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남과 북이 갈등하느라 상생의 기회들을 스스로 버리고 강대국들은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는 동안 한국 시장을 디딤돌로 경제 강국으로의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남과 북에서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증대시켜 가고 있다.

미국은 이미 미국 무기의 주요 소비처가 된 한국을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깊숙이 발 담그게 이끈다. 다음 단계는 아마도 MD(미사일 방어체계)로의 본격 편입이겠다.

당장의 문제로 국한해 보자면 한국이 PSI에 전면 참여하면 한국 해군이 활동할 공간은 넓어지겠지만 한국 정부가 내세우는 대북 압박의 효과는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이 북한 선박을 공해상에서까지 나포, 구금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 다음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무얼까. 단순히 긴장이 고조되는 정도면 그나마 다행인 수준 아닐까.

그런데 남·북간의 긴장이 고조되면 한국에는 도대체 무슨 이득이 있을까. 긴장이 고조되는 것만으로도 크고 작은 경제적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작게는 개성공단을 비롯해 북한에 투자했던 기업들은 철수가 불가피할 것이다. 국가신용도 평가도 하락이 불 보듯 훤히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줄 이은 엑서더스를 보게 될 것이고 또 한 번의 금융위기가 닥칠 것이다. 그 다음 수순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는 악몽이 될 수밖에 없다.

길게 보자면 남북이 끝없는 갈등 속에 어부지리를 얻고자 한반도를 주시하는 강대국들만 행복할 터다. 왜 우리는 늘 어부가 아닌 도요새와 대합의 처지로만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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