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TARP특조팀, 금융기관 비리 집중추적
미 TARP특조팀, 금융기관 비리 집중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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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도 수수료인상 등 부적절 영업현황 파악 나서

미국 정부의 공적자금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관계기관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공적 자금의 집행을 감시하고 있는 닐 바로프스키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특별조사관은 13일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은행들이 구제금융을 얻기 위해 회계 장부를 조작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로프스키 특별조사관은 "장부를 조작한 은행을 단 하나라도 찾아내지 못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조사팀이 은행들이 저지른 비리의 증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 그룹과 골드만 삭스를 포함한 미국의 대형 은행은 물론 수백개의 지방은행들은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자본 건전성을 입증해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산과 부채를 허위로 평가,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조사팀의 시각이다.

바로프스키 특별조사관은 구제금융을 받은 모든 은행들에 사용 내역을 아주 상세하게 밝힐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으며 향후 수주일 간 분석 작업을 거쳐 예비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TARP 특별조사부의 정상적인 업무의 일환으로, 은행들의 비리를 포착하기 위해 던진 그물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성격이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는 대형은행들이 향후 조사팀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프스키 특별조사관은 이달 초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행한 발언에서 비리와 사기 가능성이 있는 10여건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조사팀이 실제로 형사 소추 절차를 밟게 되면 사기 관련자들도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형사 소추는 대단한 (비리) 억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로프스키 특별조사관은 조사팀이 주목하는 은행들의 혐의 사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증권 사기와 허위 보고 등이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는 사안들이라고만 답했다.

이어 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중소기업과 소비자 대출 지원을 위해 개설한 '기간물 자산담보 대출창구(TALF)'도 사기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가 지난번 보고서에서 강력한 권고한 것 가운데 하나는 (투자자들이 은행들의 부실 자산을 매입할 수 있도록) TALF를 확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면서 "TALF의 구조가 대폭 수정되지 않으면 매우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바로프스키 특별조사관은 "우리는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하는) AAA 등급조차도 엉터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사기 투성이일지도 모를 자산을 담보로 한 증권을 매입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 의회에서는 정부 자금을 지원받은 은행들이 각종 수수료를 부당하게 인상하거나 지나치게 높은 이율의 대출 상품을 판매하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의회의 TARP 감독 위원회(COP)는 "세금으로 은행을 지원했던 국민들이 대출 상품을 이용하면서 은행들에 고수익을 안기는 이중 부담을 하고 있다"며 부적절한 대출 상품 판매 등에 관한 현황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45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주 일부 고객들에 대해 신용카드 구매 금액의 이자율을 기존의 거의 2배인 14%로 인상했고, 500억달러를 지원받은 씨티그룹은 최고 연 30%라는 이율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지금 당장 5천달러를 대출받을 수 있다'며 대출 상품 광고를 하기도 했다.

나아가 정부 지원을 받은 캘리포니아주의 몇몇 은행들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단기 상환 대출 상품을 판매하면서 이율을 연간 기준으로 100∼120%까지 적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은행업계에서는 수수료 등의 비용 인상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다면 은행업계의 정상화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금융 분야의 소비자단체나 경제 전문가들도 은행이 최근 5년간 그대로였던 신용판매 이자율을 공적자금 지원 이후에 갑자기 올리거나 높은 이율의 단기 대출 상품을 잇달아 쏟아내는 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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