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낙하산 인사에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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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코스콤 이어 증권금융까지 낙하산 인사로 내홍

노조 반발, 업무 공백, 직원사기 저하 등 부작용 많아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MB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넘어가지만, 금융권 공공기관들은 여전히 낙하산 인사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노조와 힘겨루기가 진행되는가 하면, 상무급 임원까지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고 있다.

현재 금융권 공공기관으로는 준정부기관인 한국거래소(KRX), 한국예탁결제원과 기타공공기관인 코스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금융감독원 등이 있다. 한국증권금융의 경우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준정부기관과 기타공공기관이 주요 주주로 등록돼있어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되는 곳으로 꼽힌다.

이중에서도 MB정부 출범 후 가장 바람 잘 날 없는 곳이 KRX다. KRX는 이정환 이사장이 작년 3월 취임하자마자 감사원으로부터 방만 예산을 지적받아 검찰조사를 받았다. 6월에는 KRX에 서버를 공급한 ‘유니시스’가 검찰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당시 KRX는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기업 이었지만, 감사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10월에는 갑작스럽게 금감원으로부터 사실상의 감사를 받았다. 이어 올해 1월에는 준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정부의 관리 하에 들어간 상태다.

KRX의 수난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이정환 이사장이 MB정부로부터 미운 털이 박혔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작년 초 이사장 공모 과정에서 MB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진 인사가 탈락하고 이정환 당시 본부장이 이사장이 된 게 문제의 시작이라는 것. 우연의 일치인 마냥 감사원, 검찰, 금감원으로부터 감사, 압수수색, 조사가 연이어진 것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이정환 이사장은 이미 사퇴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사퇴 조건으로 ‘준공공기관 해제’를 내걸었지만 해제 여부와 상관없이 “공공기관 지정 이후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사실상 사퇴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정환 이사장이 사퇴할 경우, 후임 이사장은 MB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KRX의 IT자회사인 코스콤 역시 외풍에서 빗겨나지 못했다. 코스콤은 이종규 전 사장이 3년 임기를 채 마치지 못한 채 물러난 후 정연태 사장이 취임을 했다. 하지만 정 사장은 취임 초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에 자격논란까지 겹치면서 결국 3개월에 낙마하고 말았다. 현재 코스콤은 김광현 사장이 취임한 상태지만, 이 과정에서 경영공백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MB정부의 낙하산 인사는 최근 한국증권금융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증권금융은 KRX가 11.35%, 우리은행이 7.81%, 우리투자증권이 6.04%, 산업은행이 5.19%의 지분을 소유한 민간기업이다. 하지만 뚜렷한 최대주주 없이 금융회사의 연합체 성격을 띄고 있고, 주요 주주인 KRX, 산업은행이 공공기관이다 보니 정부의 입김에서 100% 자유롭지 않다. 실제로 증권금융의 사장은 이제까지 대부분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다시피 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점은 사장이 아닌 상무급 본부장이라는 것. 증권금융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이 자리에 이선재 전 아이벤처투자 대표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노조측에서는 “이 전대표가 MB의 대선 캠프에서 경제 자문역할을 한 사실상의 낙하산 인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증권금융 역사상 상무급 인사는 내부 승진을 통해 이뤄져왔다는 것도 반발의 주요인이다.

증권금융 노조측에서는 이두형 사장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두형 사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만료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MB 낙하산 인사의 영입을 통해 전 정권 출신이라는 단점을 보완하는 한편, 연임까지 노려보겠다는 것이 이두형 사장의 속내라는 얘기다.

하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다. 노조 측에서는 이번 인사를 사장의 거취문제로까지 연결시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문성도 없는 인사를 공공기관의 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각 공공기관 직원의 사기가 저하될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겪는 내홍의 여파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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