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율 저지선 지킬 수 있나
정부, 환율 저지선 지킬 수 있나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1.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장개입 한계... 폭락 비관론 점증
시장 자율에 맡겨 기업경쟁력 강화 기회로 삼아야



정부의 환율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거시경제 전체를 조망하는 청사진 없이 환율정책에 임하는 상황은 차치하고서라도 과연 정부가 호언장담하듯이 환율 저지선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개발독재 시대의 관치금융 행태를 못버리고 환율 저지선을 설정하고 있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71원으로 마감됐다. 정부가 환율 방어 신호를 시장에 강하게 보내고 있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사흘째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올초 1195원에서 시작해 개장일 기준 보름만에 20원이나 하락한 것.

시장에서는 환율이 폭락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의 강한 개입에도 불구, 급락세가 지속되는데 만약 정부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의 한계가 시장에 포착될 경우 폭락세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

외환은행 한 딜러는 “정부가 환율 저지선을 내정해 오히려 환투기 세력에 빌미를 제공한 것 같다”며 “정부가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시장에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8일 재경부 최중경 국제금융국장은 “적정환율 수준을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우량 중소기업이 환율로 손해를 보지 않을 정도가 적정 환율”이라고 밝혀 시장으로하여금 환율이 1천170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정부가 시장개입에 나설 것이란 신호를 제공했다. 김진표 재경부 장관도 “시장 자율에 맡기겠지만 급격히 오르거나 내릴 경우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란 애매한 표현을 시장에 흘렸다. 같은 날 일본 재무상이 선호하는 환율 수준을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과 대조적이다.

이에 한국은행 등 외환시장 유관기관들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율 관리를 위한 국채발행 잔액이 30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달러 매입을 위한 원화 조달에 한계를 지닌 정부가 편법으로 NDF 시장까지 규제했는데도 원화강세가 멈추지 않은 데 대해 심각히 우려하고 있는 것.

한국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환율시장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일단 시장 자율에 맡겨 놓고 급격한 하락을 막는데 그쳐야지 적정 환율선을 내정해 놓고 방어를 강화하면 오히려 급락의 요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원화 강세를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내구력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로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 정책의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결국 지난해 정부의 강력한 시장개입으로 세계 주요국 통화 가운데 원화만 평가절하된 것은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다는 것.

이에 정부의 시장 개입이 부작용을 일으켜 금리상승을 유발하고 내수경기 회복을 더디게 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삼성증권은 28일 “정부의 강력한 개입 의지로 추가적인 원화절상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정부의 의지가 바뀌지 않는 한 수개월내 원화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을 내놨다. 정부가 바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국고채 발행 예정 잔액 5조8천억원, IBRD와 ADB차관 잔액 61억달러에 달해 시장개입 한도가 여전히 크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환율관리는 국회가 승인한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편법으로 NDF 등 파생상품시장까지 손대고 있다”며 “외환시장에 관한 한 재경부가 귀를 닫고 정책 독주를 일삼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해 재경부와 한은의 엇박자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