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128조 부동산신탁 시장을 잡아라”
증권사 “128조 부동산신탁 시장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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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신탁 허가가 관건, 감독 당국 법개정 추진

신탁시장서 증권사 10% 차지…성장가능성 커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증권사들이 128조원(2008년 기준)의 부동산신탁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중에서도 관련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담보신탁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재 증권사는 부동산의 관리‧처분 신탁업만 가능하고 담보 신탁은 불가능한 상태.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이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늦어도 내년쯤이면 신천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첫단추부터 잘못 낀 신탁업 허가
증권사들이 부동산 담보 신탁업 허가를 받지 못한 것은 애초부터 이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신탁업 허가를 받은 것은 지난 2005년 12월. 당시 증권사들은 부동산 신탁보다는 퇴직연금 시장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A증권사 관계자는 “신탁업에서 퇴직연금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며 “시작부터 본말이 전도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증권사들은 부동산 신탁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객으로부터 부동산을 위탁받아 관리, 처분한 후 남은 금액을 직접 운용할 수 없어 이를 다른 금융기관에 넘겨야 한다. 유연성 있는 자금 운용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부동산 담보 신탁업 허가를 받기위해 줄기차게 감독당국에 법 개정을 요청해왔다. B증권사 관계자는 “감독당국도 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전문 부동산신탁회사의 압력 때문에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고 전했다. 부동산신탁회사 입장에서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는데 또 다른 경쟁사가 끼어드는 것을 원치 않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TF를 구성해 신탁업법 개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탁업법은 근 40년간 개정이 미뤄지면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년쯤이면 부동산 담보 신탁업 진출이 가능해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 확대 가능성 '무궁무진'
증권사들이 부동산 담보 신탁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그 규모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부동산 신탁 시장은 128조 1천억원에 달했다.

증권사들은 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담보시장 진출이 이뤄지지 못하다보니 아직 그 규모가 미미한 상태다. 4월 2일 기준 증권사의 신탁 잔고를 살펴보면, 우리투자증권이 7조 2천억원으로 가장 많으며, 그 뒤를 6조원대의 동양종합금융증권과 4조원대의 굿모닝신한증권, 대우증권이 잇는다. 이밖에 3조원대의 하나대투증권, 2조원대의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등이 포진해 있다.

이 같은 규모는 은행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작년 12월말 기준으로 주요 은행만 살펴봐도, 우리은행이 24조, 하나은행이 16조, 국민은행이 13조, 산업은행이 12조, 외환은행이 11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증권사보다 3~4배 이상 많은 규모다.

신탁업 허가를 받은 16개의 증권사 중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점도 규모를 떨어트리는 주요인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16개 중 대기업 계열 증권사를 뺀 7~8개의 증권사만 부동산 신탁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은 바꿔 말하면, 증권사에 부동산 담보신탁이 허가될 경우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도 부동산을 포함한 전체 신탁시장의 점유율에서 증권사는 27조 5천억원으로 10.2%를 기록하고 있다. 점유율을 5%만 높여도 증권사로서는 14조원의 새로운 수익원이 형성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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