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롯데월드로 끝나랴!
어디 롯데월드로 끝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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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직전 해인 2007년 7월에도 제2 롯데월드 신축은 비행안전을 방해한다던 국방부가 갑자기 입장을 선회했다. 동편 활주로 각도를 3도만 이전하면 비행안전이 확보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행정협의조정위원회가 2009년 3월31일 마침내 말 많던 제2 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로 인해 송파 신도시 계획마저 재검토 돼야 한다니 2009년 대한민국에서 재벌의 힘은 크고도 크다.

군부 쿠데타 정부가 종식된 이후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정치적 타협을 하지 않는 듯했던 군이 또다시 정치적 선택을 한 배경을 왈가왈부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재벌의 수익이 곧 국가경제로 이해되는 듯 보이는 이명박 정부에게 허리를 굽히는 군의 모습이 믿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복종하는 자세라기에는 너무 타협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제2 롯데월드 신축을 반대하던 공군참모총장이 경질된 군은 그렇다 하자. 안전검증 용역단 편성에 국방부장관이 간여하지도 못한 채 비행기 충돌사고가 나도 롯데는 책임지지 않기로 합의서까지 써준 군이 사고 책임까지 뒤집어쓰면 그 뿐이라 치자. 그러다가도 안 되면 서울 하늘은 구멍이 뚫리든 말든 정부가 공군비행장을 어디 멀리 이전이라도 시켜줄 게 아닌가.

정부의 태도는 더욱 한심하다. 북한의 로켓 발사계획을 미사일 발사라고 지레 확인도 안 된 첩보로 여론몰이 하고 있는 정부가 수도방위의 구멍이 될지도 모를 위험한 1개 재벌의 건물 신축에 갖가지 어설픈 평가 자료까지 들먹이며 지원하는 것은 참으로 보기 민망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벌 친화적이다’ ‘대통령 친구가 롯데 총괄사장이다’라는 세평에도 흔들림 없이 대통령이 원하는 답을 만들어 내는데 정부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좋게 보기 어렵게 한다.

야당인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여당 내에서조차 제2 롯데월드 신축 허용에 비판의 목소리가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친박연대는 정부가 안전검증 용역을 준 학회가 제2 롯데월드 허가에 찬성해온 학회라고 비판했다. 그나마 일반적인 검증 비용의 20%도 안되는 비용으로 3개월 이상 걸릴 검증을 8~9일 만에 끝냈으니 참으로 효율적인 정부 맞다.

서울공항의 비행안전을 위한 고도제한 완화 문제라면 롯데보다 더 오랜 세월, 40년에 걸친 성남시민들의 민원이 먼저 검토됐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재벌이 이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정치적 소신에 비해 성남시민의 소망은 너무 하찮은 게 돼 버렸다. 혹여 또 다른 재벌이 문제의 땅을 매입, 성남 시민들이 사라지고 나면, 재벌의 대규모 신축계획에 맞춰 다시 고도제한 완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롯데월드로 인해 덕을 볼 사람들은 누구일까. 재벌과 대통령을 빼고.

대형건물이면 으레 하는 환경영향 평가에서도 제2 롯데월드 신축이 별 문제 없다는 보고서가 나왔다지만 그 말을 믿는 이들은 없는 듯하다. 롯데월드 신축으로 주변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주변 소형 아파트들이 가격만 이미 큰 폭으로 뛰었다는 데 더 이상의 가격 변동을 어려울 것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진단이라 한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교통 혼잡으로 인해 주거환경이 열악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지금의 부동산 현상은 새로운 지역 구심점이 될 것을 기대해 아파트가 아파트 외의 꿈을 향해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겠다.

교통 혼잡과 관련해서는 이번에 행정조정협의위원회가 허가를 결정한 근거로 든 교통영향평가가 2005년 11월에 받은 것이라고 한다. 4년간 바뀐 환경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송파신도시를 꿈꾸는 송파구 관계자도 교통영향평가 및 개선책의 재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다. 현재 18km인 출퇴근 시간대 잠실 사거리 차량 평균 통행속도가 2013년이면 10km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여러 사정들이 그러하니 제2 롯데월드 신축으로 경제적 효과가 얼마니 하는 달콤한 소리가 귀에 들릴 리가 없다. 그 돈을 사회복지비용으로 돌리면 훨씬 많은 일자리가 나온다는 계산을 정부도 들을 리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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