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손보사, GA채널 이례적 조기마감…왜?
중소 손보사, GA채널 이례적 조기마감…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계약수수료 과다지급으로 재무제표상 수익악화 우려
보장개시 시기와 편법영업 및 분식회계 해당 여부 논란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 중소형 손해보험사들이 아직 기한이 일주일 이상 남았음에도 법인대리점(GA)에 이달분 장기보험 청약을 지난 20일을 전후해 이미 마감시켜 의구심을 낳고 있다.

보험영업이 최우선의 목표인 보험사들에게 이 같은 조기마감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는 회계연도 마감을 앞두고 손보사들이 GA에 대한 선지급수수료 과다 지출을 부담스러워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일부 손보사들이 조기마감 후 접수된 건들에 대해 다음달 1일자로 등록을 미루는 일종의 편법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보장개시 시기를 언제로 볼지와 분식회계 여부 등 논란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한화손보·흥국화재·그린손보 등 중소형 손보사들이 회계연도 마감을 앞두고 최근 GA채널을 통한 계약인수를 조기종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다음달부터 실손의료보험의 보장한도가 축소되고 보험료가 오른다고 알려지면서 가입자가 폭주해 GA에 지급해야할 신계약수수료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장한도는 축소되지 않고 보험료만 소폭 오를 예정이다.

현재 GA채널의 경우 수수료가 선지급되고 전속설계사 채널보다 모집수당이 많다. 이에 이달부로 회계연도가 마감되는 보험사들이 과도한 수수료 지급으로 인한 재무제표상 지표 악화를 우려했다는 관측이다. 결산 전 많은 사업비가 지출되면 재무제표상 수익성이 악화되고 더군다나 지급여력비율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대형 손보사의 경우 전속설계사 채널 비중이 높아 GA에 지출되는 수수료가 크게 부담되지 않는 반면 중소형사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GA와의 제휴 확대에 나서면서 GA채널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즉, 중소형사들이 GA수수료 과다지급 등 출혈경쟁에 나서면서 현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특히 일부 손보사의 경우 조기마감 후 접수된 계약에 대해 다음달 1일로 등록을 미루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경우 고객 입장에서는 접수된 날부터 보장이 가능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계약은 요식행위가 필요없어 고객이 청약의사를 밝히고 보험사가 이를 받아들여 보험료가 납부되면 효력이 발생하므로 고객이 보험료를 이미 납부한 상태라면 보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 계약체결시 자동이체를 신청하므로 보험료가 4월 1일 인출될 경우 그날 오후 4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고객입장에서는 청약서에 자필서명까지 다 해 계약이 성사된 걸로 알고 있었는데 보험료 출금이 안 돼 보장을 못 받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이 일종의 분식회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료 수입은 결산 전인 3월로 잡고 사업비 지출은 결산 후인 4월로 잡을 경우 재무제표상 수치를 왜곡시키는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료 수입을 3월로 잡지 않는다면 일종의 편법영업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보험료 수입은 3월로 잡고 수수료 지급은 4월로 넘기는 것이라면 회계처리상 당연히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같은 조기마감 사태는 처음 발생한 사례"라며 "이는 장기보험을 모집하는 GA가 생긴 게 불과 몇년 전인 데다 초창기에는 모집수수료 체계가 전속설계사와 동일했으나 최근 무리한 선지급 등 GA 모집수수료가 과다지출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GA를 통해서는 청약이 불가능하지만 전속설계사를 통하면 얼마든지 가입이 가능하다"며 "보험모집이 주된 사업인 보험사가 어떤 이유에서든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현상황이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