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가 된 한국 정부
연어가 된 한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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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는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발원해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를 사실상 하나의 경제시스템에 통합시켰다. 한국 역시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물살을 타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경제 엘리트들의 성화가 대단했다. 그리고 외환위기로 IMF에 손을 벌리게 되면서는 IMF의 지도(?)하에 선택의 여지조차 없이 신자유주의 체제로 편입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신자유주의가 현재의 전 세계적 경제위기로 인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글로벌경제를 내세우며 세계의 자본이 돈을 따라 몰려다니는 동안 생산활동은 위축되고 기업의 투자는 줄었다. 실업자가 증가하니 당연히 개인소비도 줄었다. 개인 신용도도 떨어지고 금융기관은 더 안전하고 더 높은 수익을 향해 돈만 보고 달렸다.

돈의 함정으로 더 많은 돈들이 빨려 들어가고 그 함정에 갇힌 돈은 사회 속-사람과 물자 사이를 흐르는 대신 돈 속에서만 돌고 돌아 금융거품을 양산해 냈다. 한국사회를 정신없이 휘젓다 잠시 주춤했던 부동산 거품 역시 그 금융거품의 잉여에 불과하다.

지금 전 세계가 그 거품의 붕괴로 허우적대고 있다. 그 거품이 지금 다 꺼진 것인지를 놓고도 아직은 해답이 나온 상태가 아니다.

각국 정부는 아직 거품이 붕괴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고 붕괴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이런저런 정책들을 펴고 있다. 그러나 그 정책의 방향은 사뭇 다르다.

신자유주의 종주국인 미국의 경우 금융 붕괴를 막기 위해 제한적이지만 엄청난 규모의 공적자금을 풀었다. 그로 인해 미국 정부는 미국 내부에서도 충분히 효과적인 지원이 아니라는 야당의 반발과 아울러 부실은행 지원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는 반론까지 양쪽으로부터의 공격을 받는 샌드위치 꼴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수요 진작을 위한 민생지원 방안을 병행함으로써 자본의 무한 결집에 일단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감독권도 강화했다. 더 이상 신자유주의 이념의 포로가 되기를 거부한 것이다.

영국 역시 시장규제와 금융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다. 일찍이 신자유주의의 깃발을 올렸던 나라들이 신자유주의 자체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은 지금 그런 추세를 거슬러 가고 있다. 오히려 IMF의 간섭 하에 끌려가듯 가던 신자유주의 행보를 앞장서서 서두르고 나서는 모양새다.

물론 금융 감독을 안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자본의 독점을 규제할 장치는 다 푸는 대신 은행원 월급봉투나 갖고 고시랑대는 모습이 진정한 금융 감독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떻든 정부는 지금 은행들을 향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출자총액제한제도도 폐지하고 민영화는 죽고 사는 명제인양 포기할 줄 모르고 금산분리 규제도 완화하고 자본들이 춤출 멍석은 부지런히 펴고 있다. 이제 자본이 들뛰며 펼칠 큰 굿 구경만 남았다. 살림이야 거덜 나든 말든.

자본주의는 그야말로 자본이 주인이다. 사람도 없고 신도 없고 그러니 감정도 없고 피도 눈물도 없다. 오직 자본의 몸집 키우기를 위한 효율만이 지상과제다. 그대로 놔두면 자본을 소유한 소수는 절대 권력을 갖고 살아남겠지만 나머지는 그 자본에 목숨만 잇겠다고 빌붙어 노예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지금도 그런 시대라는 비판이 없지는 않다.

사람이 살자고 경제지 사람 다 죽어나는 경제가 왜 필요하겠는가. 그래서 정부가 일정한 통제를 가한다. 그럼으로써 자본주의는 장수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은 불완전하나마 여전히 민주주의라는 정치시스템이 살아남아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정부에게 자본에 대한 규제는 곧 좌파적 발상으로 타파될 대상일 뿐이다. 일련의 경제정책들은 자본이 인간의 자리, 신의 자리를 대신할 때까지 자본이 거침없이 춤추게 하는 게 한국정부의 목표처럼 보인다.

가난에 찌들었던 60·70년대처럼 먹고 살 것도 없던 시절이라면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지금처럼 어렵긴 해도 굶지 않고 먹고 살만은 하다면 이 시대의 과제는 사람답게 사는 것이어야 마땅하다. 돈이라는 우상을 숭배하는 대신 그 돈을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하는 도구로 써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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