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주문…경영간섭 '신호탄'?
"금리인하" 주문…경영간섭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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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진동수,  고금리 대출 비판
임금삭감 유도 위한 여론몰이 해석도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은행들을 상대로 한 정치권의 '금리 인하' 목소리가 금융당국 고위 관료의 입으로 옮겨지면서 갈수록 파장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더라도 경영간섭만은 최소화하겠다는 정부가 '구두' 형식으로 간접적인 경영간섭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은행원들의 임금삭감을 유도하기 위한 일자리나누기(잡셰어링) 차원의 여론몰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25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글로벌파이낸스포럼 창립 세미나에 참석해 "금리인하를 위해 은행들이 노력할 부분이 있다"며 은행의 영업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진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전날 시중은행의 고금리 대출행태를 비판한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의 발언에 대한 '화답' 성격으로 해석된다.

임 의장은 24일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춰 자금을 싸게 조달하고 있는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는 것에 대해 국민은 납득할 수 없으며, 이는 아주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국민은행 등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 3곳은 1인당 인건비가 1억3000만원~1억4000만원에 달하고 있다"며 "이 부분은 노사문제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는 없지만 은행 경영평가에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임 의장은 "우선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양해각서(MOU) 등에 반영하도록 금융감독당국에 요청할 것"이라는 의중을 밝혔다.

임 의장은 지난 11일에도 은행 금리를 낮추는 방법으로 '은행 직원들의 임금공개'를 제안하기도 했다.

서민들을 상대로 한 대출금리는 제자리 걸음인데 은행 임직원들의 고임금 구조는 여전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정치권에 이은 금융당국의 비판에 은행들도 난감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해 정부의 자본확충 권고 방침에 따라 고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제 와서 '도덕적 해이' 운운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대로 떨어지는 등 CD금리 하락분이 반영되고 있다"며 "최근 부실자산이 커지고 있는 은행들로서는 신용위험 비용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큰폭으로 내리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발언이 향후 본격적인 경영간섭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임 의장의 발언은 향후 자본확충펀드를 이용한 은행에 대해서도 직간접적인 경영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적자금이 이미 투입된 우리은행 등이 임금삭감의 우선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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