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덥잖은 일자리 대책
미덥잖은 일자리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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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9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추경 4조9천억 원을 투입해 일자리 55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정부 대책을 내놨다. 대부분은 1~6개월의 초단기, 단기 일자리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그나마 급한 발등의 불은 끌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2월 중의 공식 실업자 100만, 실질 실업자 수는 350만 명을 돌파했다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한편에선 이미 실업인구를 4백만 이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 판이니 급한 상황인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끼니 걱정을 하는 이에게는 백년지계보다 중요한 것이 밥 한 그릇, 빵 한 덩이일 것이기 때문이다.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는 계층이 빠르게 증가, 사회·정치적 불안이 커지고 있는 마당이니 추경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 야당을 압박하는 효과 또한 극대화될 공산이 크다. 자칫 사회적 안정이 깨질 경우 그 책임을 야당에 돌리기도 매우 용이한 수준에 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정부의 아이디어가 11년 전 수준에서 한 치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후퇴한 측면마저 보인다. 그 때는 느닷없이 닥친 일이고 경험도 없던 일이었지만 이번 경우는 이미 충분한 기간 예상됐던 일이고 지난 IMF 때의 경험도 축적돼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뒤늦게 나온 일자리 대책에 발전이 보이질 않는다.

IMF 때는 비록 임시직이라도 당시 젊은이들의 미래, 사회의 장래까지 염두에 두고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실행과정에서 여러 착오들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사회서비스, 복지서비스 일자리의 개념도 그 때 등장했고 정부 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가 진척을 보기도 했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55만개 일자리 대책은 그런 장기적 전망이 없다. 다만 당장 생계 위험 집단과 사회적 불만의 폭발 위험이 높은 집단에 대한 생계비 보조 차원의 일자리들뿐이다.

집단별로 제공되는 일자리 분포를 보면 대졸 미취업자 등 청년층 일자리로 6만8천개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이 인턴을 채용하면 임금의 70%까지 지원해 3만7천개를 늘리고 초·중·고교 학습보조 인턴교사를 2만5천명 채용하며 대학 조교 채용 7천명, 전파 자원 총 조사 등 지방대 졸업자를 위한 일자리 7천5백, 공공기관 인턴 4천명으로 잡혀있다.

그 밖에 숲 가꾸기, 아이돌보미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 3만3천개, 자활근로 일자리 1만개, 노인 일자리 3만5천개가 신규 창출된다는 계산이다. 그와 함께 6개월 단위의 공공근로에 40만 명을 고용해 월 83만 원을 지급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정부의 이런 응급처치 식 일자리 대책은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 위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전망과 달리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또 어떤 응급처방을 들고 나올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의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었다. 그 중국시장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기도 현재로선 그다지 낙관적으로 전망할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수출 없는 한국 경제의 성장 전망은 불투명한 것이 현재의 구조다. 내수는 경제의 기반이 붕괴되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요소라면 성장은 수출로부터 창출되는 것이 우리 경제의 현재 모습인 것이다.

그런데 핵심 수출대상국들의 경기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상태에서 한국 정부가 하반기 경기 반전을 예상하는 근거가 그다지 설득력 있게 보이질 않는다. 정부의 기업 경영지원이 실효를 거두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그보다는 오히려 부동산 경기 살리기에 집중함으로써 기업이 미래지향적 기술투자 대신 부동산 투자에 몰두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게 한다. 지난해 아파트 실거래 총액이 72조원으로 부동산 투기열풍이 거세게 불던 2006년의 67% 수준이라는 데 그 정도면 과히 나쁜 상태는 아니다. 그 위에 지금 정부의 완화대책이 거듭 나왔다. 그런 정부의 하반기 경기 반전 전망을 어찌 믿으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4조9천억을 풀면 내수가 살 거라 믿는지 모르지만 이 정도의 생계비 보조형 고용대책으로 내수경기의 불씨가 꺼지는 것만 잠시 지연시킬 수 있을 뿐 하반기 경기가 회복세로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는 아무래도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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