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쏠림방지 대책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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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F운용 실상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또다른 시장 왜곡 일으킬 수도
추경재원 마련을 위한 선제적 조치 '의혹'
[서울파이낸스 안보람 기자] 머니마켓펀드(MMF)에 고인 '돈'을 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MMF설정액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에 대한 평가도 싸늘하다.
정부가 시장의 실상을 모르고 엉뚱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 정부의 '탁상공론'식 대응이 또다른 시장왜곡을 나을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쏟아내고 있는 국고채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MMF설정액, 사상최고…126조6천억원
18일 금융투자협회는 16일 기준으로 MMF의 설정액이 126조6천242억원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존 최고치는 지난 6일 126조5천947억원이었다.

MMF 설정액은 지난 1월에 18조5천억원, 2월에 14조8천억원, 3월 들어 16일까지 4조4천억원이 증가하는 등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공격적 금리인하로 금융상품의 실질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섬에 따라 투자처를 잃은 시중자금이 비교적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MMF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MMF는 주가나 금리 등이 불안하고 실물경제의 부진이 지속될 경우 포트폴리오 재조정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급증했던 상품이지만 그 의미가 퇴색한지 오래다.

하지만 이같은 쏠림현상으로 우리금융시장은 실물부분으로 자금순환이 안되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M2 구성항목인 MMF증가율은 상승세에 있지만 시중 총통화(M2) 증가율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정작 필요한 실물 부문으로 돈이 유입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지고, 이는 제조업의 자금난으로, 고용불안으로 이어진다. 고용불안은 또다시 개인의 소비침체로 이어져 경제회복 지연의 원인이 된다.

■MMF로의 쏠림, 정부가 나선다
이에,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는 MMF자금이 장기로 갈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오는 4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 MMF수탁고의 5%이내에서 잔존만기 1년이상 5년 이하 국채를 편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또 MMF가 국공채, 금융채, 회사채, CP 등 증권에 투자해야 하는 최소 비율을 총 수탁고의 40%이상으로 높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피델리티(미국)나 노무라(일본) 등 주요 외국 운용사 MMF의 증권 운용비율은 60~80%에 이른다"며 "MMF가 점진적으로 채권이나 CP 투자비율을 확대하면 시중 자금이 은행권에만 머물지 않고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들어 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앞선 지난 13일 국내 15개 자산운용사들은 "향후 3개월 동안 현행 57조원에 이르는 법인 MMF자금을 50조원까지 줄이고, 투자자산의 운용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은 70일 이내로 편입해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투협 관계자는 "향후 금리변동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간의 급격한 자금이동을 방지해 시장충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라며 "이는 펀드시장 안정화는 물론 펀드투자자들의 신뢰를 유지하는 차원에서도 시장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효성있나?…시장 "과연..."
하지만, 금융위의 기대와 달리 시장에서는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MMF운용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이라는 평가다.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의 경우 MMF보유 가능 채권 만기를 늘릴수 있겠지만 현재 90일로 제한된 MMF의 듀레이션 규정을 놔두면서 5년만기 채권을 운용할 방법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법인 MMF자금을 축소 하자면서 5년만기 채권을 MMF에 담을수 있게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시나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3개월내로 법인 MMF를 15% 가량 감축하겠다는 자산운용사들의 결의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정부당국의 인위적 수급환경조절이 시장의 불안을 주도할 것이라는 비난도 이어진다. 정부의 대책에서 비롯된 MMF시장에서의 단기채 수요 위축은 단기영역의 수급불안을 일으켜 단기물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기물 금리 상승세를 유발할 수도 있다.

하이투자증권 김동환 애널리스트는 "MMF 운용대상이 예금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은행상품이 많아 결국 금융기관 간 서로 주고받기 식의 왜곡된 자금 순환이 나타나지만 단기화된 시중자금들의 대체 투자처가 없고 운용사들의 자율 결의 형식이라 강제성이 떨어져 쏠림 방지 효과가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장기 국채 등 채권 투자 확대도 잔존만기 관리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의 현실성 없는 MMF제도 개편에 대해 추경재원 마련을 위한 '꼼수'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국고채 5년물까지 MMF에 편입하도록 한 것은 30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경재원 중 상당부분을 MMF에서 끌어다 쓰려는 속셈"이라며 "듀레이션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만약 듀레이션 기한을 더 늘린다면 시장에서는 이같은 분석이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자산운용사가 발표한 자율결의 방안에 대해 "아무래도 추경 관련 적국채 소화 독려를 염두에 두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추경예산과 구조조정기금 조성 계획 등을 위해 예정된 정부의 폭발적 국고채 발행과 정부의 대책 및 자산운용사의 자율결의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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