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 따라 출렁출렁…환율 급락 언제까지?
역외 따라 출렁출렁…환율 급락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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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안보람 기자] 원·달러 환율의 움짐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3일 22.6원 하락을 시작으로 11거래일간 지난 5일과 12일, 단 2일을 제외하고는 줄곧 큰폭의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11거래일간 하락폭은 166.5원에 달한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심리적 저항선이라 여겼던 1420원선도 힘없이 무너지자, 지지선의 특별한 의미가 사라져 버렸다고 말한다. 빠르게 올라서건, 급하게 내려서건 변동폭이 심한 것은 다소 위험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환율, 빠르게 오른만큼 급하게 내린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1.5원 급락한 1408.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기준 환율이 이수준까지 내려선 것은 지난달 13일 1404.2원을 기록한 이래로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이 약세를 띤점을 반영, 전날보다 10원 내린 143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직후 환율은 매물이 유입되며 1418원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내 저가인식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436원 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역외가 공격적으로 매도에 나서자 환율은 급격히 낙폭을 확대하기 시작해 1400원 초반으로 내려서 외환시장을 또 한번 술렁이게 했다. 이날 저점은 1401원으로 1300원대 진입은 눈앞에 두기도 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주가강세와 역외의 매도세로 환율이 큰폭의 하락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코스피 지수는 3거래일만에 반등하면서 1160원선을 훌쩍 넘어섰고, 이 영향으로 달러매도세는 강화됐다.
사흘간 매도세를 이어가던 외국인도 매수로 돌아서며 원화강세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무엇보다 환율급락에 영향을 미친 것은 역외세력의 매도세였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역외가 추가로 매도에 나서면 최근 달러화 급등세의 출발점이자 기술·심리적 지지선으로 꼽혔던 1380원선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외환시장의 움직임에 "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과열에 따른 급등이었던 만큼 조정을 예상했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는 설명이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1400원 중반까지 가지 않겠냐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낙폭이 크다"며 "지지선이나 저항선을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개인이나 기관등 국내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특별한 재료가 없음에도 역외의 움직임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데 있다.

지난 며칠 간 외환시장은 필립스의 지분매각에 따라 출렁댔다. 전문가들은 매각분이 대부분 외국인들에게 소화될 것이라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매각소식이 전해진 지난 12일, 국내 투자자들은 매각분 역송금을 위한 달러수요를 예측하며 추격매수에 나서 환율은 25.5원 끌어올렸다. 그리고 다음날 외국인투자자들이 대부분 매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분매수에 따른 원화수요를 예상, 추격매도에 나서며 이틀간 56.5원이나 끌어내렸다.

실수요나 특별한 재료를 바탕으로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눈치보기'에 따른 매매가 이뤄진다는 방증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장세의 연속으로 불확실성이 커질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재무상태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선물회사 연구원은 "대외세력에 따라서 등락폭과 방향이 결정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 외환시장의 거래량이 적어 변동성이 커지는 점은 외환시장의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내려선다고 무조건 '안정세'가 아니라 변동폭을 줄이며 예측가능한 범위세어 움직이는 것이 환율 안정세"라며 "과도한 변동폭으로 수출입기업들의 수익구조가 예측범위를 벗어남에 따른 피해, 기업들의 파생상품 헤지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 등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제까지?
그렇다면 이러한 환율의 하락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최근 역외세력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에 나서며 환율하락을 주도했다. 전문가들은 역외가 충분히 차익을 실현했다고 판단, 이번주 중 저점을 확인할 것을 전망하고 있다. 환율이 지난 2월 초 1300원 후반부터 급등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 레벨까지 되돌림을 받는다면, 단기급등에 대한 조정이 이뤄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증시나 국내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보이거나, 외국인 주식 배당재료가 부각된다면 역외는 이를 계기로 다시 한번 달러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더욱이 배당시즌을 맞아 외국인투자자들의 배당금 역송금에 따른 환전수요가 예고된 만큼, 추가하락은 어려울 전망이다.

시중은행 딜러는 "역외는 2월 중 달러화가 1400원선을 넘어서면서부터 공격적으로 달러를 매수했고 1600원선까지 올라서자 이후 차익실현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면서 "현재 달러화 레벨만 놓고 보면 역외의 달러 매도 유인은 사라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외환시장관계자는 "숏플레이어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1380원을 목표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충분히 낮아진 레벨에서 배당금을 받아 달러로 환전해 나갈 경우, 변동성 커진 서울 환시에서 역외세력만 이득을 챙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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