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뻗치는 '모피아의 힘'
금융권에 뻗치는 '모피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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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이어 민간부문까지 장악
'잡셰어링'에 정치권 인사까지 가세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옛 재무부 및 재정부 출신 관료들의 영향력이 금융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모피아 시대의 종언'을 고하며 민간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던 1기 경제팀(강만수-박병원-전광우)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권력지도가 뒤집어졌다.

'관치금융' 우려에도 불구하고 2기 경제팀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일단 우려보다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지난 1년동안 민간 출신 경제팀에 대한 실망이 컸던 탓이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과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정책적 측면에서 수시로 엇박자를 내며 시장에 실망을 안겼다.

특히 전 전 위원장의 경우 최초의 민간출신 금융위원장으로서 시장의 열렬한 환호 속에 취임했지만, 민간 출신의 리더십 부재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혹평 속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2기 경제팀을 모피아 출신으로 채운 것도 민간 출신 인사의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론 역시 그간 관료 출신 인사에 대한 거부감은 온데간데 없이 모피아 특유의 추진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새 경제팀 역시 정부와 시장의 기대에 적극 부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각종 금융안정 대책을 쏟아내고 있으며, 환율 문제에 대한 대응 역시 강만수 전 장관과는 차별화에 초점을 두는 양상이다.

은행에 대한 공적 자금투입 역시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으며, 기업들의 옥석가리기 작업도 점차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공기업 선진화 및 금산분리 완화 등 정부의 핵심 추진과제가 번번히 제동이 걸리자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과감한 행보도 눈길을 끈다.

윤 장관을 핵심으로 진동수 금융위원장과 윤진식 경제수석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적절한 정책조율도 1기 경제팀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모두가 모피아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데다, 윤장관의 경우 행시 10회 출신으로 윤 수석(12회), 진 위원장(17회)보다 선배라는 점이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의 비결로 꼽힌다. 

최근에는 정부의 핵심과제인 '일자리나누기(잡셰어링)'에 모피아 출신 금융·정치권 인사들이 힘을 보태며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윤 장관은 '잡셰어링'을 제 2의 '금모으기' 운동으로 규정하고 연일 정재계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는 상황.

재무부 관료 출신으로 지난해 말 은행연합회장에 취임한 신동규 회장은 내주 금융노조와의 입금협상을 앞두고 일반 직원들의 임금삭감 유도에 나서고 있으며, 지난달 수출입은행장 취임과 동시에 기존 직원들의 임금삭감안을 발표한 김동수 행장 역시 기획재정부 1차관 출신이다.

또, 대표적인 국책은행인 중소기업은행을 이끌고 있는 윤용로 행장 역시 은행권 최초로 대졸초임 20%를 삭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금융공기업들의 경우 통상적으로 민간 금융회사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잡셰어링 바람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모피아 출신인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최근 조찬포럼에서 은행 직원들의 복지 및 월급 내역의 공개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은행 대출금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은행권의 고임금 구조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임 정책위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잡셰어링'이 신입직원과 일부 임원급에 국한돼 제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외에도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진병화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 진영욱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이정환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등 모피아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시장에 모피아 출신 인사가 속속 포진하면서 새 경제팀의 입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며 "경제위기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와는 너무 멀어지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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