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 하는 사이에
일희일비 하는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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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남짓 되는 사이 우리 경제는 참으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절반으로 떨어진 주가는 반동으로 통통 튀는 고무공처럼 거칠게 춤춘다. 추락하는 모습이 꽃잎이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어서 무리하게 손으로 받치려 이리 뛰고 저리 뛰지만 해결과는 거리가 먼 몸짓일 뿐이다.

환율시장은 상승률 50% 언간까지 치솟는 와중에서 또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여 관계자들의 입안을 마르게 한다. 연기가 위로 오를 때에도 직선으로 곧게 올라가는 법은 없으며 이즈음 같이 외생변수가 끊임없이 돌출할 때는 더구나 이리저리 흔들리고 흩어져 그 연기만 바라보다 허망하게 빈주먹만 볼 위험이 늘 뒤따른다.

그런 주가와 환율의 놀음에 따라가며 일희일비하는 사이 증시에서는 210조원이 이상이 증발해 버렸단다. 지난해 정부 예산의 86% 되는 돈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2만 달러를 돌파했던 1인당 국민소득은 올해 1만5천 달러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고 한다. 공식적 보고서는 그 정도인데 전문가들의 솔직한 속내는 국민소득이 5년 전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즉, 국민소득도 주가, 펀드에 이어 반 토막 난다는 얘기다. 물론 국민소득 통계 기준년을 현행 2000년에서 2005년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어서 통계상 수치는 그만큼 추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낙폭이 매우 크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전 세계가 함께 겪는 경제 위기라지만 우린 유독 심하게 앓고 있다. 문제는 이런 추락이 올 한해로 그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낙관적 전망으로 국민들을 위로(?)하려는 정부도 올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은 어쩔 수 없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역시나 낙관적인 정부답게 올 하반기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 했다.

실상은 어느 모로 보나 그런 기대를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국민들을 향해 심리적 동요를 막겠다고 낙관적 전망을 보여주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치자. 그러나 정부의 정책이 그런 낙관적 전망 위에 세워지고 있다면 참으로 오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아직도 이번 위기를 지난 외환위기 수준으로 넘길 수 있다고 보는 듯해 보여 이런 염려를 떨칠 수 없다.

한국은행은 현재의 외환보유액이 전액 사용할 수 있는 외화자산이며 지난 외환위기 때처럼 유동성이 묶인 자산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국제기준에 맞는 예치금, 정부채, 정부기관채, 자산유동화채, 회사채, 주식 등으로 언제나 현금화가 가능하며 회사채의 경우도 선순위채권들이니 안심하라는 설명이다.

물론 가용 외환보유액 규모가 중요한 것은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앞으로 3, 4년은 계속될 것이라는 작금의 전 세계적 경제위기는 결국 기초체력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에너지를 오직 투기적 에너지로만 소모하고 나면 경제위기가 해소된 이후의 성장 동력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계산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도 춤추며 추락하는 주가를 쫒아가며 일희일비 하다보면 어느새 손에 쥐었던 자산은 연기가 돼 사라지기 십상이다. 하물며 한 국가의 경제 운용이 그처럼 전체 판세를 읽지 않고 드러난 현상만 쫒기 급급해서야 그 국가의 미래가 어찌 될지 불을 보듯 훤히 보이는 노릇이 아닌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은 워낙 상황이 급박한지라 뒤로 미룬다 해도 위기는 전 방위로 닥쳐오는 데 눈앞만 바라봐도 될 일인가. 현재를 살아남아 미래를 살리려면 눈앞에 보이는 위기만 봐서는 안 된다는 정도는 상식이다.

더욱이 길게 갈 싸움을 하려면 체력의 안배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한국 정부를 보며 염려를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이 싸움을 조기에 끝내겠다는 조바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조바심을 치다보니 다양하게 밀려오는 위기들을 고루 살필 여지를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

체력은 있는 대로 미리 다 끌어 올린다. 이 한 방에 모든 위기를 날리겠다는 듯. 12년 전에도 그런 작전을 쓰다 실패해 국가를 누란의 위기로 몰아갔었음은 애써 무시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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