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가 없다구요? 신용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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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2.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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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대출경쟁의 '핵' RM실시···'기업신용대출 물꼬'
기업금융점포 지점장 영업···총성없는 전쟁
수요 찾기 급급···고객 세분화·전문심사역 확보 과제

기업금융 전담점포(이하 RM)가 전 은행권으로 확산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성과를 논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기업신용대출의 물꼬를 텄다는 게 시중은행 기업금융지점장들의 일관된 평가다.

RM은 은행권 대출세일 경쟁에 불을 당겼다. 지난 7월 국민은행은 176개 RM을 신설했고 조흥은행은 99년 이래 17개 센터에 집중돼 있던 기업금융지점장들을 지난 8월 87개 점포로 분산시켰다. 신한, 우리, 한미, 외환은행도 오는 2003년 점포를 확대하면서 RM과 가계금융점포 비율을 1:2 혹은 1:1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길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RM지점장들의 영업은 그야말로 총성없는 전쟁이 됐다. 누가 빨리, 좋은 조건을 제시하냐에 따라 영업의 승패가 좌우된다.

국민은행 광화문 RM은 지난 4월 본격적인 RM도입에 앞서 시범 케이스로 서교동, 원당, 청계와 함께 처음으로 문을 연 RM중 하나다.
국민은행은 현재 176개 RM을 가동중이지만 외환, 파생상품, 자금조달, 자문, M&A 등의 종합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곳은 52개다. 광화문 RM도 이달 18일부터 외환업무를 개시했다.
그 외에는 소규모 팀 형식이라 자금이 필요한 업체를 끌어오거나 심사정도의 업무만 하고 나머지는 연계점포에 맡긴다.

송요훈 광화문 RM지점장은 지점에 찾아올 고객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어 나머지 시간에는 방문섭외가 자유롭다는 것이 RM의 가장 큰 장점이며 전결권한도 일반 지점장의 2배라고 말했다.

송 지점장은 하루에 최소 2~3개 이상의 기업을 찾는다. 자금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제안서를 넣고 타행과 거래를 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좀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다.
RM지점장이 기업을 직접 방문하는 데는 거래처 확대뿐만 아니라 빌려준 돈을 떼이지 않으려는 의도도 숨어있다. 담보 위주의 기업대출보다 신용대출의 비중이 커지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재무제표보다 업계의 속사정을 수시로 파악하는 일의 중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

국민은행 광화문 RM의 주된 영업 대상은 세검정, 태평로 1가, 청운동 등 8개 지점에서 수집된 매출액 20억원, 여신규모 5억원 이상의 기업체다. 리스트에 올라온 기업에 대한 정보를 입력, 신용평가시스템을 가동하면 대출 가능액과 적정 금리가 자동으로 산출된다. 12등급으로 세분화돼 있는 국민은행 신용평가시스템은 옛 주택은행 당시 멕킨지 컨설팅 결과에 기반한 것이다.

특히 이 신용평가시스템이 산정한 대출 상한선을 넘지 않는 신용대출은 면책특권이 주어지지 때문에 기업신용대출의 활로는 더욱 열린 셈이다.
하지만 신용만 믿고 몇십억원을 덥석 내줘야 하는 RM지점장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갈 때도 많다.

송 지점장은 최근 코스닥 등록업체인 C사에 25억원 대출에 20억원 상당의 지급보증을 섰다. 이 업체는 국내 최대 IT유통업체인 소프트뱅크커머스코리아(SBCK)의 화의신청에 따라 부실어음을 소유, 대금회수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송지점장은 전문 심사역과의 협의 하에 향후 비전과 사업성을 보고 대출을 결정했다. 기존 거래 은행이 모두 추가대출을 중단한 상태에서 내린 어려운 결단이었다.

지난 99년 RM을 처음 도입했던 조흥은행은 고객과 더 가까이를 외치며 지난 8월 126명의 기업금융담당 지점장을 87개 RM에 전진 배치시켰다. 그동안 이들은 17개의 기업 및 계열금융센터, 기관고객담당센터에 집중돼 있었다.

조흥은행 기업고객본부 관계자는 RM의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조흥은행의 경우 지난 10월까지 중소기업대출이 지난해 말 대비 40.78% 증가했다고 말했다. 증가율만 따지면 우리은행(48.44%)에 이어 은행권 2위다.

이 관계자는 또 매출액 10억원 이상의 기업이 주 타겟이지만 규모가 있는 기업의 경우는 금리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때문에 매출은 적더라고 수익성이 좋은 기업에 대한 공략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대출세일이 잘되고 있다 해도 고객세분화와 전문인력 확보 등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매출 및 자산총액, 계열여부, 수익기여도 등의 외형위주 고객분류보다는 향후 거래확대 가능성 및 상품이용범위 등의 변수를 고려해 고객층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산업별 전문 심사역을 갖추는 것도 급선무다. 특정 기업이 속한 산업의 동향 및 특성을 손바닥보듯 파악하고 있는 심사역들은 대출여부를 결정하는 데 절대적 역할을 하기 때문. 美 JP모건이 산업 및 국가 담당 전문가를 RM에 포함시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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