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들, 위기속 그룹지배력 강화
금융지주 회장들, 위기속 그룹지배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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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집중 통해 위기극복 의지 재확인
'금융빅뱅' 가능성에 유리한 고지 '포석'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기존 조직과 제도를 재정비하는 한편, 지주사 회장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앞으로 계열사 CEO를 지주사 산하 '자회사 CEO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임키로 했다. 은행장은 은행장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비은행 계열사는 회장이 직접 임명하는 기존 인사체계를 단일화 한 것.

이에 따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대폭 강화되는 한편, 이팔성-이종휘 투톱체제의 결집력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리금융 3기를 이끌었던 박병원-박해춘 투톱체제 하에서 박병원 회장의 권한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회장의 인사권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계열 은행들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정관을 개정하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행추위를 폐지키로 했다"며 "그동안 추천위원회가 없었던 7개 계열사 CEO의 선임절차도 더욱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려 19년동안 그룹 CEO를 역임하며 흔들리지 않는 절대 리더십을 자랑하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지배구조 강화에 나섰다. 라 회장의 리더십 근간인 재일교포의 지분율 하락이 결집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신한지주는 1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으며, 이번 증자를 통해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종전 1.6%에서 4%대 초반대로 껑충 뛰어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사주조합이 재일교포 지분율 3~4% 하락분을 상쇄하게 되는 것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자본력 강화를 통해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기 위한 차원에서 단행됐다"며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지주사의 기본자기자본비율(Tier1)은 6.3%로 1%포인트 가량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한지주는 지난 2월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라 회장의 후계구도를 이인호 전 사장이 배제된 '신상훈-이백순' 구도로 전환됐다. 이인호 전 사장의 경우 그동안 신한지주의 2인자로 알려져 왔다는 점에서, 내년 3번째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라 회장의 연임 가능성과 연관짓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한편, 지난해 말 금융지주사로 전환한 KB금융지주도 황영기 회장을 중심으로 비은행 부문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KB금융은 은행권 최초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임직원들의 급여를 삭감 또는, 반납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황 회장은 지난 2월부터 계열사 CEO들과 함께 매주 목요일 경영협의회를 열고  비은행 부문 역량강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어려운 금융위기 상황에서 지주사가 출범한 만큼 그동안은 내부조직을 추스리는데 집중해 왔다"며 "이제는 그룹 경영체제가 어느정도 안정된만큼 계열사간 시너지창출에 적극 나서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 일각에서는 향후 정부주도의 은행간 '짝짓기' 가능성을 염두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유일하게 정부 인맥이 없었던 신한지주의 경우,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에 동지상고 출신인 이휴원 전 신한은행 부행장이 내정됨에 따라 4대 금융지주사 모두에 MB인맥이 자리하게 됐다.   

황영기 KB금융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치권 인맥으로 꼽히고 있으며,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이 대통령과 학연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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