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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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과거의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인 것 같습니다. 현실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어렴풋한 기억을 되씹으며 지난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을 그리워하기 때문입니다.

필자의 아이가 이번에 고등학교를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새 학기이어서인지 매일 밤 10시가 넘어서야 학교에서 나와 다시 학원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12시가 지나서야 집에 들어와 1시가 훌쩍 넘어서야 잠을 청하는 아이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게 됩니다. 공부가 뭔지...우리 때도 저렇게 열심히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먼 옛날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요즘 봄이 되어 골프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몇 일전 동내 실내 연습장을 가보니 열심히 볼을 치시는 분들이 보였습니다. 처음 시작해서인지 어색한 몸동작으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과거의 필자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반가움의 미소가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필자는 그래도 운이 좋아서인지 여건이 좋은 지방의 조그만 소도시에서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괜찮은 퍼블릭이 하나 있어 처음 필드 경험을 쉽게 할 수가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지역 주민은 20% 정도 할인을 해줬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소도시라 지인들도 많아 조그마한 내기도 하며 재미있게 볼을 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초 폼도 잡을 시간 없이 필드를 자주 나간 꼴이 되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 나중에 안일이지만 지인 중에 한 분은 필자가 도저히 볼을 칠 수 없을 정도로 폼이 엉망이었다고 합니다. 백스윙을 하면 드라이버 헤드가 왼발 무릎까지 내려올 정도로 엄청난 오버 스윙을 보였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뿐입니다.

어찌됐던 그 퍼블릭 골프장은 필자에게 깊은 추억을 남겼습니다. 나중엔 하도 많이 다녀서 별명이 ‘동방불패’였습니다. 퍼블릭이 속한 콘도이름이 동방 이었는데 그 당시 유행하던 갱스터 홍콩영화의 이름을 따 동방에만 가면 지지 않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1번 홀 첫 홀에만 서면 왜 그리 다리가 후들거렸는지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퍼블릭이라 밀려있는 뒷 팀 멤버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첫 홀 티샷을 할 때는 정신없이 드라이버를 휘둘렸던 기억이 납니다. 파5인 4번 홀은 중간에 헤져드를 건너는 홀이었습니다. 폭이 50미터 정도 되는 크지 않는 연못이었는데 거기를 넘기는데 약 1년이 걸렸습니다. 헤져드 앞에만 서면 왜 그리 다리가 후들 거린지 뒷 땅을 쳐 자꾸 퐁당 퐁당 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폭은 그리 넓지 않은데 앞에만 서면 영...

어느 날인가는 정신을 차리고 연못을 쳐다보았습니다. 센드웻지로 쳐도 넘어갈 거리였습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볼을 정확히 맞추는 것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최대한 헤드가 볼을 맞추는 순간까지 보려 노력을 하니 잘 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파 3중에는 내리막 100미터 정도 되는 홀도 있었습니다. 왼쪽에서 불어오는 계곡바람으로 슬라이스성 홀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친구들과 센드웻지로 그린에 올릴 수 있는지 내기를 한 기억이 납니다. 두 손목에 잔뜩 힘을 주고 센드웻지를 휘둘렀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 하면 무모한 짓이었지만 그때는 재미로 한참 호기를 부릴 때였죠.

몇 년 전인가 오랜만에 그 골프장에 다시 가본 적이 있습니다. 여전히 첫 홀에서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9홀을 끝마치는 내내 시간은 과거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울 때에는 사람들은 옛날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나 봅니다. 지난 세월의 달콤한 추억 속으로...

서울파이낸스 <금융인을 위한 골프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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