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기업, 원화가치 하락에 ‘아우성’
외국계기업, 원화가치 하락에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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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장 자제, 컨콜 화상회의로 대체

본사 송금액 달러로 결제, 부담감 가중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외국계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원화가치가 연일 하락하면서 외국본사로 송금해야 할 금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국직원들이 본사직원에 비해 월급 가치가 나날이 하락하면서 사기가 하락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 중반, 원‧엔화 환율은 1500원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원‧달러 환율이 1600원에 근접하면서 외국계기업들도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국HP의 경우 작년 말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에서 1500원대로 급등했을 때, 서버‧스토리지 등의 가격을 평균 20% 가량 올린 바 있다. 한국HP 관계자는 “HP는 매달 기준 환율을 정하기 때문에 최근의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하지만 환율이 1600원대에 진입한다면 영업에도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서버나 스토리지 같은 고가제품은 한번 가격을 올렸을 때, 판매채널과 고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 최대한 가격인상을 자제하는 편”이라며 “반면, 상대적으로 저가인 PC나 프린터 등은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국HP 관계자는 “고객 방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내 출장이 금지된 상태”라며 “요새는 컨퍼런스콜이나 화상회의로 출장을 대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업현장에서 느끼는 원화가치 하락의 체감온도는 더 차갑다. 외국계 IT기업은 한국법인에서 벌어들이는 총 매출의 약 50% 가량을 소프트웨어 라이센싱료와 교육훈련비 등의 명목으로 본사에 송금해야 한다. 송금액의 기준은 달러로 이뤄진다. 한국오라클의 경우 지난 2007년 총 매출액의 39%를 재라이센스 수수료로, 3.7%를 교육훈련비로 오라클 본사에 송금했다.

외국계IT 기업의 영업담당자는 “원화가치가 하락한 비율만큼, 한국에서 올려야 할 매출 규모는 더 늘어났다”면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법인 직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비슷한 급여를 달러로 받던 본사 직원에 비해 한국직원들의 월급 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가능성은 없지만 달러로 월급을 받으면 좋지 않겠냐는 상상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IT기업이 한국에 법인 형태로 진출을 하면, 대부분 원화를 기준으로 월급을 받는다. 단, 본사에서 파견된 소수의 임원들은 본사 소속이기 때문에 달러로 월급을 받는다. 이밖에 사무소 형태로 진출한 외국계 기업과 일부 컨설팅 업체의 직원들이 달러로 월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컨설팅업체 임원은 “환율상승 압박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내부경비와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있지만 환율변동성이 너무 커 경영예측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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