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깊어지는 '환율' 고민
외환당국, 깊어지는 '환율'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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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개선에 초점 vs 국가 신인도 고려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연일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 때문에 외환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전세계적 현상이므로 개입에 나서봤자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지만, 국가 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돼 마냥 손놓고 있기도 힘든 상황이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7.9원 내린 1552.4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씨티그룹 및 AIG의 국유화 소식 등 뉴욕발 악재로 인해 장중 1600원선을 위협하기도 했지만,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안정세를 되찾았다.

이날 당국의 개입규모는 5~8억달러 안팎으로, 지난 2일 당국의 개입규모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고환율은 수출경쟁력에 도움이 된다'고 말해 사실상 고환율을 용인하겠다는 의중을 밝히기도 했지만, 환율 상승폭이 예상외로 커지자 개입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외환당국 관계자도 "2기 경제팀이 겉으로는 환율 움직임을 시장에 맡겨 놓은 것으로 비쳐질지 모르지만 환율 급등 때만다 대응해 왔다"며 "외환당국이 절대 고환율을 용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환율을 수출경쟁력과 연결지은 윤증현 장관의 발언은 결국, 외환시장에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한 '여론 달래기'의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문가들 역시 단기적인 환율의 상단은 열려 있는 상태이나,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감안할 경우 현재 환율 수준은 과도하며, 따라서 하반기로 갈수록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의 단기적인 고점을 찾기 힘들다는 것. 외환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올해 환율 고점 예상치는 1500원대부터 1700원대까지 고루 분포돼 있다. 2기 경제팀 출범 이후 한달도 안돼 원달러 환율이 200원 가까이 치솟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환율 움직임 역시 쉽게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단 새 경제팀은 최근 환율급등 현상이 외부적 요인에서 기인하는 만큼 외환보유액을 쏟아붓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장기적으로 외화유동성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 마련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환율의 단기급등 현상은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당국으로서도 1600원선 방어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달 들어 2거래일동안 무려 10억달러 이상의 달러를 쏟아부은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들 싣고 있다.

그러나 외환당국은 환율이 더 오르면 추가적인 대책을 강구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새 경제팀은 시장에 환율카드를 모두 꺼내보임으로써 외환보유고만 축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강만수 경제팀과 다르다는 인식을 내비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며 "호재보다 악재투성인 금융시장에서 2기 경제팀의 능력은 외환시장의 안정 유무가 첫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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