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채근한 '농협 개혁', 또 물 건너 가나
MB가 채근한 '농협 개혁', 또 물 건너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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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 통과 4월 이후로...조합장들 반발에 '로비 의혹'까지

[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공룡'으로 비유되는 농협의 개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인가? 이번에도 급물살을 타는 듯 했던 농협개혁이 지지부진이다. 지역조합장들이 중앙회장 탄핵까지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힌 정치권이 개정안 처리를 늦추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농협도 개혁과 관련한 당초 일정을 미루는 듯한 미심쩍은 행보를 하고 있다. 개혁법안을 심의하고 있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MB의 질타로 촉발된 농협개혁, 그러나 이번에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같은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난 25일 열린 농협 이사회에서 일부 조합장 출신 이사들이 현재 추진 중인 농협 개혁안에 불만을 표시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농협이 농림수산식품부 논리에 밀려 농민들의 권익을 지켜내지 못했다며 중앙회 임원들에 대한 인사 조치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상황은 다르다.

정부와 농협, 농민단체, 학계 인사로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는 조합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농협 경영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며 조합장의 '비상임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현재 조합장들이 갖고 있는 막강한 권한을 빼앗거나 소규모 또는 부실 조합의 퇴출을 가속할 수 있는 일. 일찌감치 조합장들의 반발이 예상됐었다. 결국, 조합장들의 이같은 반발은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합장들의 반대입장은 이해관계와 직결된 문제라 그렇다고 치자. 웬일인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위원들도 이구동성으로 조합장 비상임화와 조합 선택권 확대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농식품위 위원장은 "정부 개혁안대로 한다고 농협이 잘될지에 농식품위 위원들이 확신이 없다"며 "쟁점 항목들이 낳을 부작용에 대해 많이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 의원도 "개혁법안이라고 하는데 개악이라고 생각한다"며 "상임이사를 강제로 두고 직선 조합장의 권한을 줄이면서 (조합장을) 직선으로 뽑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간사인 류근찬 의원은 "조합장의 비상임화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대원칙인 자율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임이사 의무 도입 대상을 확대하는 게 개정 취지에 더 부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국회 농식품위 위원 19명 대부분이 이와 같은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관련, 국회의원 지역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합장들이 의원들을 압박하고 나선 것과, 이같은 의원들의 입장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농협 개혁을 위해서는 조합장 비상임화는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농협개혁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황의식 연구위원은 "자산 규모가 1천500억원 이상인 조합을 경영하려면 경영의 전문성을 갖춰야한다"며 "조합장 비상임화를 못한다면, 개혁이 후퇴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양부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 공동대표도 "조합장 비상임화는 소유는 조합원이 하되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조합장은 조합원의 대표로서 경영을 감시하라는 것"이라며 "이에 대해 의원들이 반대한다는 것은 조합원인 농민들이 바라는 것보다는 조합장들의 여론에만 귀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런 사정속에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은 2월 국회를 넘겨 최소한 4월 임시 국회 이후를 기다려야 할 처지가 됐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개혁의 대상인 농협의 미심쩍은 행보다. 이명박 대통령으로 부터 질타를 받은 직후, 일사천리로 진행될 듯하던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농협은 당초 이달 말까지 농협개혁의 핵심인 '신경 분리'와 관련한 자체안을 제출해야 했지만, 농협 측은 "검토할 시간을 달라"며 이를 미루고 있다. 농협은 다음달 15일까지도 자체 안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초 이달 말까지 마련하려던 '신경분리'안 마련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이런 정황때문인지, 농협이 농협 개혁과 관련한 '물밑 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농협 개혁법안을 심의하고 있는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위원장 이낙연 민주당 의원) 소속 여야의원 10여명이 개혁 대상인 농협이 마련한 일정에 따라 일본 시찰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농협과 의원들은 "한국 농협이 일본 농협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만큼, 효율적인 자료 수집과 시찰을 위해 농협에 협조 요청을 했을 뿐 별다른 의미는 없다"며 "'농협 주도 아래 농협이 마련한 일정에 따라 일본 시찰에 나설 예정'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합장의 비상임화는 작년 9월 정부가 입법예고까지 했으나 농협과 정치권의 반대로 흐지부지된 바 있다. 때문에, 해명에도 불구 '의구심'은 '의혹'으로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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