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의 경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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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경제를 심리적 부양책으로 띄워 올리려던 정부 정책의 약발이 다시 바닥난 듯하다. 지난주 주가는 내리막길을, 환율은 가파른 오르막길을 일방적으로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18일엔 장중 한때 1,100선이라던 주가가 19일엔 결국 1,100선에 안착하고 말았다.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은 다 무위로 돌아갔다.

환율은 18일 1,470원을 넘자 정부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쏟아져 들어가며 공방을 벌이다 간신히 1,468원 선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19일에는 결국 다시 1,473.50으로 오르며 정부 개입을 무력화시켜 버렸다. 연속 8일간의 상승이었다.

정부는 그간 위기감을 해소하기 위한 심리전을 다각도로 펼쳤다. 언론을 앞세워서든 연구기관을 동원해서든 이런저런 분위기 끌어올리기를 시도해온 것이다. 그런 시도들이 무의미했음을 시장은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심리적 변수는 때로 붕괴의 위험을 예방하는 데 일정 정도의 보탬이 될 수 있다. 잠시의 소나기는 피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장맛비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그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시도하는 일일 뿐.

지금의 경제 위기는 전 세계가 동시에 앓는 것이다. 현재의 시장상황에서 지난 주 후반의 주가 폭락을 동유럽 국가들의 국가부도 우려 때문이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 실상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경제 위기는 단순히 잠시 앓다 일어날 수 있다고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중증의 위기다. 전 세계 경제 시스템에 균열이 일어나 현재의 구조가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그런 초유의 위기다.

이럴 때 혼자만 그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나서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폭우로 불어난 거센 물살이 내리 쏟아지는 가파른 계곡에서 단순히 연어의 귀소본능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결코 현명한 대응이 아닌 것이다.

물론 경기가 회복될 때는 어떤 대응을 했느냐에 따라 앞서는 나라도 있고 처지는 나라도 나타날 것이다. 국가 단위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변화는 늘 새로운 중심세력을 세우기 마련이니까. 그렇기에 진정으로 글로벌한 시각에서 사태를 보고 정책을 세워 나가야 한다.

그러나 강풍에 천둥·번개까지 동반한 폭우에는 우산 들고 나서봐야 힘만 들지 얻어지는 게 없다. 오히려 때를 가리지 않고 나서다 위험만 커질 뿐이다. 부지런한 농부가 논두렁에서 벼락 맞는 일이 이럴 때 벌어지곤 한다.

지금은 전 세계가 급류에 휩쓸린 듯 정신 차리기 힘든 상황이다. 너나없이 생존을 위한 방안을 찾으려고 발버둥 친다. 누가 누굴 믿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고 급류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지금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 급류를 따라가면서 바깥쪽을 향해 서서히 비켜가는 것뿐이다. 냉정하게 정신을 차린 이들은 급류를 거스르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지 않는다. 다만 물살을 따라가며 적절한 때와 장소를 가려 비켜설 뿐이다.

그렇게 비켜서서 다시 땅을 밟을 수 있어야 미래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든, 안전한 새 자리를 찾아나서든. 격랑이 휩쓸고 간 터전은 때론 아예 다시 살 수 없이 황폐해지기도 한다. 변화된 상황을 한걸음 물러서서 보며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금 진행되기 시작한 변화는 어쩌면 전 세계의 판을 새로 짜야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지금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은 여전히 단기적 승부수에만 매달려 있는 듯하다. 폭락할 수밖에 없는 주가는 억지로 끌어올리려 할수록 힘만 소진해 다시 회생할 여력을 잃을 뿐이다. 치솟을 조건이 다 갖춰진 환율 또한 억지로 누르려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무조건 두 손 놓고 지켜만 보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이번 변화의 전체를 보고 추세를 적절히 따라가면서 생존을 걸 자리를 찾고 장기적 대책 마련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매우 엄중한 시절에 뒤만 돌아보다 코에 물 들어온다고 당황하지는 말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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