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또 인수사에 끌려가나
정부 또 인수사에 끌려가나
  • 임상연
  • 승인 2003.01.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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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3사 매각건 증권사 분리 요구 수용, 부담 가중
대외여건 개선돼 매각협상 서두를 필요 없다 중론


현대 3사(현대증권, 현대투신증권, 현대투신운용)의 해외매각 방안과 관련, 증권업계에서는 또 다시 정부가 협상에 능한 해외인수자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가 당초 현대 3사 공동매각 계획을 수정, 현대증권 분리, 공개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번 AIG와의 협상도 정부의 협상원칙 부재로 결렬된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정부의 협상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다. 특히 IMF때와는 달리 국내 경제에 대한 대외여건이 개선된 상태에서 구조조정 성과에 매달려 매각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6일 증권업계 및 감독당국에 따르면 지난 3일 시장에서는 정부가 현대 3사 매각 협상자인 푸르덴셜의 요구에 따라 현대증권을 따로 분리, 공개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이에 금감원은 곧바로 보도자료를 통해 투자자측과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침이 확정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정부 관계자들을 통해 그동안의 매각과정이 드러나면서 현대증권의 분리 공개매각이 기정 사실화된 분위기다. 이에 힘입어 이날 현대증권의 주가는 8.7%나 급등했다.

푸르덴셜이 현투증권, 투신운용의 인수만 요구한 것은 증권사 인수자금 비용을 줄이고 향후 제일투자증권과의 합병 등을 통해 규모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한 현대 3사의 우발적 손실보전과 새 정부하에서의 이익치 부담 등도 이 같은 결정에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푸르덴셜은 9월말 현재 제일투자증권 지분 8.46%를 보유, 제일제당 우리사주조합에 이어 3대주주다.

한편 정부가 푸르덴셜의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하는 등 AIG때처럼 협상력에 한계를 노출할 경우 공적자금 부담 해소는 물론 현대 3사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이 분석이다. 현투증권, 투신운용 매각시 정부는 현대증권의 지분매각과 부실책임금 징수를 통해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우발적 손실보전에 대한 책임문제로 또 다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 수도 있다. 또 이미 장기간의 매각진행으로 지칠대로 지친 현대증권의 입장에서도 분리후 공개매각은 자금부담, 대외이미지 추락 등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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