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점 투성이' 자통법,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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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한 경쟁력 국부유출 우려..."시행 늦추더라도 준비 철저히 해야"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자통법 시행에 따른 장밋빛 전망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자통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 역시 만만치 않다. 자통법 시행에 따른 준비가 소홀해 그 잠재적 위험요소가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섣부른 자통법 시행이 '국부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업계 모두 준비 '미비'

오는 4일 증권·선물·자산운용 등 자본시장 관련 14개 법을 한데 묶은 자통법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증권회사ㆍ선물회사ㆍ자산운용사ㆍ신탁회사 등으로 나뉘어 있는 금융투자 업계의 영역 간 장벽을 허물어져 자금조달 수단과 투자 대상 상품이 다양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또 자통법 시행으로 증권사에 지급 결제 권한이 부여되면서 자금이체나 입·출금, 대금 결제 등 증권사를 은행처럼 이용할 수 있게 돼 투자자의 편의성도 크게 높아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사들 역시 다양한 금융업무를 취급할 수 있게 돼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자통법 시행을 두고 정부와 일부 언론에서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며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우려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은 물론 업계에서도 충분한 준비를 마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각 펀드의 펀드신고서에 기재해 공시해야 하는 펀드 위험등급을 산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위험등급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 펀드 위험등급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5월 초까지 등급분류도 유예했으나 당장 자통법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판매창구에서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융회사들은 투자자들을 일반 투자자와 전문 투자자로 나눠 금융투자협회에 사전 등록하도록 돼 있는데도 아직까지 등록 절차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며 펀드 판매 자격증 역시 오는 5월부터 업종별로 세분화 될 예정인데 구체적인 자격 취득 방법은 알려진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최근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 금융시장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자본시장통합법이기에 시행시기를 맞추는 데 급급해 준비 없이 시행하여 부작용을 낳는 것보다는, 시행시기를 조금 늦추더라도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상태에서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업계 편의만을 고려해 자본시장통합법의 목적인 '투자자 보호'에 대해서는 지극히 안일한 모습만을 보이는 금융위원회의 태도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투자자보호장치의 도입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면,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역시 연기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자통법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법문에 쓰인 추상적인 내용의 투자자 보호 의무가 아니라 이러한 의무의 이행을 보장하는 금융투자회사의 내부통제장치, 감독당국의 엄정한 감독, 법원의 공정하고도 효율적인 판결 등 절차적 인프라의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같이 재벌이나 산업자본이 금융투자업을 지배하고 있으며, 금융투자회사들의 독립성이 없고,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가 빈번한 상황에서 차이니스월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보호장치 도입, 차이니즈월 설치 등이 법 시행과 동시에 이뤄지기 어렵다면, 법 시행 자체를 연기하고 준비기간을 거치는 것이 자통법 제정 취지에도 부합하고 그 위험요소도 예방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밥상만 '풍성'?

자통법이 시행되면 국내 금융사들의 낮은 경쟁력으로 외국계 증권사의 밥상만 풍성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경영연구실장은 "증권사들의 소액 자금결제시스템 참여를 허용하면 외국계 증권사들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도 자금이 몰릴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외국계가 큰 자본을 들여오지 않고,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해 투자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사들의 투자자 보호장치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개정된 자통법과 시행령에서 위험상품 취급 관련규정이 당초보다 다소 약화됐고 금융회사에 유리하게 고쳐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김 실장은 "투자자 보호에 대한 노하우가 쌓인 외국계 상품으로 투자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있고 증권사들의 소액 지급결제시스템 참여를 허용하게 되면 외국계 증권사들의 CMA(종합자산관리계좌)로도 자금이 몰릴 수 있다"면서 "그럴 경우는 외국계가 큰 자본을 들여오지 않고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해 국내 시장에서 투자 이익을 챙기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자통법 시행에 따른 우려에 대해 금융당국은 자통법 시행을 위한 법 제정 이후 1년반 동안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쳐 투자자 보호장치에 대한 모든 준비를 마쳤고, 금융사의 내부 통제시스템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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