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버럭!'…월街 보너스 환수 가능할까?
오바마, '버럭!'…월街 보너스 환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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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하라' 여론 비등불구 '쉽지 않은 일'…"'노 보너스' 기회는 이미 지나갔다"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월가의 지나친 보너스 지급에 대해 '버럭' 화를 냈다. 동시에, 보너스를 환수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그렇다면, 월가 보너스는 현실적으로 회수가 가능한 것일까?  하지만, 월가의 분위기는 '썰렁'하다. '물 건너간 것아니냐'는 듯한 반응이 지배적이다. 

3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오바마는 월가의 보너스 지급을 매우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무책임의 극치'이고 '수치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월가의 보너스지급액이 무려 184억 달러에 이른다는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터져 나온 말이다. 그러면서, 오바마는 금융기관 경영진을 직접 만나 보너스 문제를 따지겠다고 덧붙였다.

증시추락과 뒤이은 경기침체 등으로 경제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월가 CEO들에게 2004년과 같은 수준의 보너스가 지급된데 대해, 이처럼 전방위적인 압박이 가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금융위기를 목전에 두고 자기 몫챙기기에 집착한 것은 '면책'이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보너스 지급의 적절성 논란이 말로 하는 도덕성 문제를 넘어 현실적인 회수방법으로까지 구체화되고 있는 것.

실제로, 크리스토퍼 도드 미 상원의원은 금융기관들이 연말에 나눠가진 보너스를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환수하겠다고 밝혔고, 뉴욕검찰도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어메리카에 합병되기 직전에 직원들에게 지급한 보너스를 반납하게 하거나 벌금을 물리는 조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정서적 공감대는 이미 환수하고도 남을 정도. 문제는 이미 지급된 보너스를 환수하는 게 가능할까 하는 점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의 관련보도가 우선 눈길을 끈다. 급여관련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상여금 중 대부분은 '영원히' 지급돼 버린 것이라며, 도드 위원장이 언급한 '법률적 수단'은 별로 없다고 보도했다.

임직원의 명백한 '사기' 등의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 한 과거 지급한 상여를 환수할 근거는 약하다는 것.

시카고 소재 로펌 윈스턴&스트론의 임원급여전문인 마이클 멜빙어 변호사는 "그것(보너스 회수)이 의장이 책상 위의 의사봉을 두드리는 것처럼 쉽지는 않다"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급한 상여를 회수한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관련 법적 분쟁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실례로,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주주들은 윌리엄 맥과이어 회장이 스톡옵션을 소급적용한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고, 스톡옵션은 회수됐다. 하지만, 국책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의 회계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프랭클린 레이네스 전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보너스를 환수하는데 몇 년이나 결렸고 회수한 자금도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뉴욕주 법은 특정 사안에서 채권자들이 부당한 보수를 환수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송에서 이기려면 원고 측은 임원들이 자신의 보너스를 벌어들인 게 아니라는 점과 해당 업체가 자본부족 상태라는 것을 입증해야만 한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검찰총장은 AIG를 상대로 이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연방정부의 자금이 지원됐기 때문에 '자본부족상태'이라는 주장이 통할 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것. 물론, 다른 방법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마뜩치 않다.

증권관련 사기 혐의를 적용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임원들이 직원들을 속이거나 회사의 재정상황에 관한 물질적인 증거를 은폐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의회가 법률개정을 통해 금융회사들이 보너스를 취소하도록 요구하는 것인데, 역시 쉬운길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여론의 강한 질타에도 불구 월가 일각에서는 받을 돈 받았는데 웬 잔말이 많느냐는 반발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즉, 보너스 회수에서는 상여가 우수한 성과를 낸 것에 대한 반대급부라기보다는 급여의 연장으로 보는 견해가 많고, 회사가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어도 자신의 맡은 일을 잘해낸 직원들은 많이 있다는 것. 더구나 의회가 작년 가을에 월가의 '2008년' 보너스를 규제할 기회를 놓쳐놓고 이제 와서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 컨설턴트인 브라이언 폴리의 말이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는 듯하다. "'노 보너스'라고 말할 시기는 이미 왔다가 지나가 가버렸다." "(정치권의 질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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