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화 사회의 취업률
효율화 사회의 취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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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현안을 압축해보면 추락하는 경기와 뚝뚝 떨어지는 취업률 문제를 어떻게 함께 풀어 가느냐 하는 것이다.
KDI가 국책연구기관으로서 간신히 용기를 내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에 하반기 다소 회복에 따라 0.7% 저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정도로 전망했지만 IMF는 냉정하게 올해 한국이 2~3%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IMF의 전망이 항상 옳다는 법은 없지만 올해의 경우는 아무래도 강한 정부 눈치보는 국내 연구기관들의 주눅 든 전망보다 신뢰가 더 간다.

이런 판국에 국내 제조업 취업자 수가 4백만 명에 근접, 곧 그마저 무너질 것이라는 암울한 소식이 또 뒤따른다. 산업화 초기단계에는 제조업의 발전은 곧 높은 고용률을 의미했다. 그러나 기업 경영의 효율화가 외쳐지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제조업의 취업자 수용능력은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 이제는 고용 없는 성장을 경계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런 저고용 기업, 즉 경영효율성이 매우 높은 기업의 증가는 결국 소수화 하는 취업자의 사회적 부담을 다각도로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가뜩이나 인구 고령화로 취업자 부담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이는 예측 가능한 여러 문제들과 더불어 미처 예측하지 못한 문제들까지 동시에 생성시킬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그렇다면 경기회복을 위한 기업 성장과 취업자 수의 증가는 각기 다른 문제일까, 하나의 문제일까. 흔히들 이 두 문제는 두 마리의 토끼일까, 손의 안팎과 같은 관계일까.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각각 쫒아가야 할 두 마리 토끼가 될 수도 있고 그저 손바닥과 손등을 이리저리 뒤집으면 되는 한쪽 손이 될 수도 있다.
그럼 지금 정부는 어느 쪽으로 풀고 있을까. 기업과 노동자를,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어느 한쪽의 우위에 의해 끌고 가려는 갈등관계로 보느냐, 함께 공생하기 위한 동반자로 보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취업자 수의 증가 없이 소비여력의 회복은 불가능하고 내수회복 없는 경기 회복 또한 기대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수출이 왕왕 잘 될 때라면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가 다 몸살을 앓고 있는 상태다. 먼저 내수가 살아야 기업도 숨통을 트고 사회적 재화의 유통도 원활해진다. 지금은 재화 유통에 경화현상이 발생한 모양새다.

그렇다면 지금 내수 진작을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 또다시 카드대란을 일으키고 부동산 버블을 일으키는 방법을 쓰겠다는 것인가. 그렇다고 효율화를 지상 최대의 과제로 여기는 기업경영의 틀에서 취업자가 증가해 내수를 촉진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까지 기업 구조조정에 손을 대겠다고 나서는 판이니-물론 그게 대다수 기업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전략인가 싶기는 하지만-더욱이나 기대할 바가 없다. 효율화의 성과가 의심스러운 공기업 합병은 더욱이나 취업 중이던 노동자들까지 실직의 수렁으로 내모는 판국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취업자 수를 늘리고 내수여력을 증대시켜 갈 수 있을 것인가.
저고용 제조업의 증가에 맞서 유럽 국가들이 눈길을 돌리는 부문이 사회공공서비스의 확대와 이를 위한 인력채용 증대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사회복지 부문이다.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도 사회복지비의 증가에 따른 관련 인력 채용이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효율성을 강조하는 정부가 들어서며 제일 먼저 한 일이 복지예산 삭감이었다. 아직 사회복지 인력의 감원 소식은 듣지 못했으나 실제로는 예산 삭감에 따라 일상적인 업무 집행이 중단될 위기를 겪는 곳들도 적잖다는 소식이다.

‘효율화’ 좋다. 국제경쟁에 나서려면 필수적인 요건이 되겠다.
MB도 오바마도 외친다는 ‘뉴딜’도 좋다. 그렇게 일자리를 늘려 가면 된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경제 각료들은 정부가 직접 팔 걷어 부치고 나서서 대기업에 돈 나눠주는 일에만 너무 신명을 내는 게 아닌가 싶어 그 의도가 종종 의심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한 20년 전, 지금의 기획재정부 전신인 재무부 관리들은 대기업에 돈이 들어가면 중소하청업체로, 다시 근로자에게로 흘러들어가며 경기가 회복된다는 매우 순진한 주장을 펴곤 했다. 그런데 요즘 보면 20년의 시차를 뛰어넘어 여전히 그런 하향순환논리의 매력에 빠져 있는 듯싶다. 그러다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됐음은 외면하는 그들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난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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