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아무나 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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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 주변에서 보험설계사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보험설계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명·손해보험사 소속 설계사들은 지난해 9월말 기준 23만명에 달한다. 여기다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들을 합하면 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가구가 1900만세대인 것을 감안하면 대략 50가구당 한명꼴로 보험설계사가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보험설계사가 이처럼 많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보험사들의 채널 전략이 무한정 충원이기 때문이다. 즉, 보험사 설계사 채널은 딱히 인원 한정이 없다는 소리다.

이는 일차적으로 보험설계사가 보험사 소속 직원이 아닌 일종의 독립사업자인 이유로 기본급이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보험상품을 판매한 만큼만 수당을 받으므로 인원이 많을수록 유리한 셈이다.

물론 인원이 늘어나면 조직이 커지고 그에 따른 부대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에겐 그 정도 사업비는 응당 투자해야 할 비용으로 여겨진다. 물론 그 사업비는 고객이 낸 보험료에서 충당된다.

보험설계사가 되기 위해선 협회 등록 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대부분 통과한다. 크게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보험설계사들이 난립하다보니 불완전 판매 등 부작용이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설계사들조차 설계사수가 너무 많다는 데 공감한다.

단순히 숫자가 많다는 것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판매 프로세스가 불완전하다는 데 있다.

보험상품은 보험사 임직원들조차 쉬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한 금융상품이다.

그런데 이를 판매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보험에 진정한 전문가가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애초에 전문가이길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수년간 연구해도 완벽히 알기 어려운 상품을 단지 몇개월간의 교육과 시험을 통해 누구나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다.

아무리 봐도 어려워 보이는 보험상품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판매하고 있는 현 상황이 과연 정상적인지 의문이다.

실제로 영업일선에서 설계사들을 만나보면 개개인의 성향을 떠나서 공통적으로 보험사에서 요구·지시하는 대로 상품을 설계·판매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어느 정도의 과장은 필수다.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을 대충 얼버무려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설계사 본인이 그에 대해 잘 몰라서이거나, 안다해도 세세한 부분을 고객이 알게 되면 해당 상품의 허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장내용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설명을 한다는 게 향후 분쟁의 소지를 낳는 가장 큰 이유다.

보험은 구체적인 보장여부가 가장 중요한데 알맹이를 뺀 체 가입을 권유하는 셈이다.

대놓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도 적잖게 접한다. 물론 고의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부에서 그런 정보를 주었거나 잘못된 정보를 올바른 정보로 오판하고 있었기 때문일 테다.

한 설계사는 "보험영업은 '뻥'이 너무 심하다"며 "심지어 지점에서 소속 설계사들에게조차 '뻥'을 치니 누굴 믿고 일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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