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과 압구정동
용산과 압구정동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웬만큼 예상은 됐던 일이다. 용산에서의 강경진압도, 압구정동에서의 부동산 바람 재발도. 그러나 그 정도가 상식인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위험한 경고를 날린다.

용산에서는 철거민 5명에 경찰 1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사망자가 대거 나오면서 부상자들은 아예 관심 밖으로 밀려난 실정이다.

압구정동에서는 곡예수준의 부동산 호가 상승이 시작됐다. 하루·이틀 사이에 아파트 호가가 2억씩이나 뛴다니 앞으로의 추세를 생각하면 가히 폭풍의 눈이 형성된 것으로만 보인다.

이명박 정부 경제 회복 수단의 제1이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음은 이미 대통령 선거 당시의 선거공약에서부터 드러났던 일이다. 변두리 집 한 칸 겨우 지니고 사는 서민·중산층들마저 그런 공약에 혹해 현 정부를 선택했을 때 우리 사회의 갈 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번 용산 철거민 농성시위도, 압구정동의 폭발하듯 치솟는 부동산 호가도 모두가 그런 현 정부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불패신화를 만들어낸 부동산은 서민·중산층에게 미래를 위해 투자할 가장 확실한 재산증식 수단으로 선호돼 왔다. 책임성·도덕성의 문제만 비껴갈 수 있다면 선거공약으로서는 확실히 매력 있는 아이템이다.

그러니 70~80년대 건설 붐이 한국경제를 선도하던 시절에 건설회사에서 잔뼈가 굵었고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 CEO까지 성장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그 매력을 외면할 리 없었을 것이다. 그의 건설업 경력은 서울시장 재직 후반기 뉴타운공약으로 한 뼘 땅이라도 소유한 서울시민 다수를 들뜨게 했다. 그 힘의 뒷받침으로 대선가도를 거침없이 질주했다.

그러나 토목·부동산·재개발 등등의 무기는 양날의 검(劒)이 되기도 하고 한쪽만 베는 도(刀)가 되기도 한다. 현재 한국경제의 단계로 볼 때 건설경기에 매달리다시피 하는 경제정책으로는 거시적 국가경제를 향해서는 검으로, 국민 계층을 향해서는 서민·빈민을 베어내는 도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 용산참사를 보며 정치권이 걱정하는 일들을 재촉할 위험인 것이다.

이미 한국경제는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이미 마이너스로 예상되고 있다. KDI가 올 상반기 마이너스, 하반기 회복에 따른 연간 0.7% 성장이라는 전망보고서를 냈지만 하반기 경제전망치는 추후 수정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한은이나 민간 연구소등에서 나온 국내 경제전망들은 대체로 낙관적 경향을 보인다. 분석보다 ‘기대’가 담긴 표현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땐 차라리 해외의 시각에 더 신뢰가 간다. 전 세계 시장과 그 속에서 한국시장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인 스티븐 로치는 지난주에 가진 한 경제전망 간담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아직 50%밖에 진행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경기회복 시기는 빠르면 올 연말, 실상은 내년에나 가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민간 연구소들의 보고서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올 하반기에 미국의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다면’이라는 희망적 전제 위에 나온 전망들임을 쉽사리 알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경기회복이 더뎌질 경우 국내 경기도 가계부실, 기업부도 위험이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고 세계경제도 새로운 차원의 위험단계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경기회복이 올 연말에든 내년 초에든 시작된다 해도 건실한 회복세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매우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서둘러 지금의 경제위기로부터의 탈출을 꿈꾸지만 서두를수록, 서둘러 경기가 회복될수록 재화의 쏠림현상은 자심해질 수밖에 없고 어느 나라라 할 것 없이 내수여력은 고갈되어가는 수치상의 회복에 그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부동산 규제완화나 재개발 촉진 같은 정책들은 그런 위험한 가스가 차오르는 경제현장에 불을 던져 넣는 것과 같다. 당연히 경제적 상황은 새로운 위기로 치닫게 되며 회복과 침체의 반복주기는 더욱 짧아진다.

마치 심각한 변비 환자가 변비와 설사를 반복하는 것과 같은 상황으로 진행돼 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 환자에게 섣부른 변비약인자 지사제는 독이 될 수 있다. 지금 한국의 경제정책이 그런 잘못된 처방을 밀어붙이는 것만 같아 위태롭게만 보인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