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셰어링, 은행 부터...
잡 셰어링, 은행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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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안보람 기자] 젊은 행원들이 은행문을 나선다는 소식이 들리는 동시에 은행권 초임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연봉도 높고 복지도 훌륭하면 그야말로 '신의직장'이거늘 굳이 나설이유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최근 "주요 국가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 대비 금융업계의 대졸 초임을 비교해 보면 미국은 61%, 일본은 135%, 한국은 207%로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은 적게는 37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기업의 초임 3102만원이나 중소기업의 1977만원과 비교할때 크게는 2.5배이상 차이나는 금액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엄청난 메리트로 작용, 금융권 취업에 대한 주된 이유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도 한 시중은행의 캠퍼스 리쿠르팅에서 설명에 나섰던 행원이 "일단 은행에 들어오면 초봉이 4000만원 이상이고, 결혼을 할 경우 100만원, 자녀를 낳게되면 첫째는 100만원, 둘째는 50만원을 받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입사 8년차였던 그 행원은 "지난 추석에 추석보너스와 월급, 성과급 등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세금제하고도 800만원이 넘는 금액이 통장에 들어왔다"며 "사내결혼을 해 두배로 이익을 봤지만 쌍둥이를 낳아 150만원이 나올 줄 알았는데 100만원만 나와 억울하더라"고 전했다.

설명회의 분위기도 좋게할 겸, 발언의 집중도도 높일겸 유머스럽게 말한 부분도 있었지만 수백명이 빼곡히 들어선 강당에서 약 1시간 반동안 진행된 설명회에서 알게된 은행의 강점은 결국 한가지, '돈'이라는데 허탈감이 느껴졌다.

영어성적이나 자격증 취득을 위해 휴학까지 불사하며 올해 은행권 취업을 목표로 준비 중인 후배에게 은행원이 되고 싶은 이유를 묻자 "사실 어차피 일한다면 많은 돈을 받고 일하는게 좋을 것 같기 때문"이라며 "함께 스터디를 하는 준비생들도 대부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힘들게 취직한 젊은 행원들 중 상당수가 곧 이직을 꿈꾼다는 것이다. 최근 희망퇴직을 통해 은행권을 떠난 1600명 이상의 행원들 중 30대의 젊은 행원들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행원들이 은행을 떠나는 이유는 자기계발, 육아 등도 있었지만 감당하기 힘든 업무량이나 안좋아지는 은행에 대한 이미지도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많은 임금이 메리트이긴하지만 업무량과 스트레스 등을 보상받긴 힘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들어오려고 안달이다가 입행 몇년 만에 나가려고 하는 걸 보면 씁쓸하기도 하다"고 전했다.

은행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만두게 된다면 어쩔수 없지만 어떤 트렌드가 된다는 것은 간과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잡셰어링'에 대한 언급한 이후로 여러분야에서 이의 실천이 이어지고 있는데, 어떤 분야보다 잡셰어링이 필요한 분야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금융노조는 높은 연봉의 이유가 그들의 노동량에 따른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단순한 변명이라는 생각도 든다. 차라리 단계적으로 연봉을 조정해 직업나누기를 실천하는 편이 악화된 은행이미지개선에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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