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새 해법 '출자전환', 윈-윈할까
키코 새 해법 '출자전환', 윈-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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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銀-태산엘시디 '물꼬'...'울며겨자먹기식' 고육책
'비즈 프렌들리' 긍정적 평가속 '형평성 논란' 부담

[서울파이낸스 안보람 기자] 하나은행이 태산엘시디의 모든 파생상품채무를 2010년 말까지 출자전환하기로 함에 따라 키코로 인한 손실의 새로운 해결방안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태산엘시디가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태산엘시디는 하나, 국민, 신한은행 등과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로 3억7440만달러(1200원/달러 기준 4492억8천만원)어치를, 또 따른 통화옵션 상품인 피봇(PIVOT)으로 하나은행과 14억4천만달러(1200원/달러 기준 1조7280억원)어치를 각각 계약했다. 피봇계약은 키코로 물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번 출자전환은 오는 23일 채권단 회의를 거쳐야 한다. 태산엘시디 채권단은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을 비롯, 산업, 신한, 국민, 한국씨티, 수출입, 외환, 우리 등 모두 8개은행에 달한다. 하나은행이 만든 채권재조정안의 주요내용은 ▲태산엘시디의 모든 파생상품채무 2010년말까지 출자전환 ▲무담보채권의 연 2.5% 이자율 적용 및 파생상품 이자 전액면제 ▲단기대출금의 중장기대출 전환 ▲채권단의 채권행사기간 2013년말까지 유예를 통한 회사 채무 상환부담 해소 등이다.

여기서 핵심은 첫번째 조항. 주로 하나은행과 관련된 것이지만 여타채권은행들의 부담도 결코 만만치는 않다. 이 중 대부분이 하나은행 몫이어서 다른 은행들의 부담액은 소액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키코관련 손실을 대출비율기준으로 떠안는 다고 하더라도 그 부담은 크다. 그런데도 하나은행이 이를 공식화하고 나선 것으로 미루어 채권은행들과의 막후협의가 이미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테면 절차만 남은 셈이다.

중요한 것은 아직 키코손실에 대한 책임과  관련, 금융관행적 해석은 물론 법리적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은행이 이같은 선택을 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앞세우자면,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의 태산엘시디에 대한 여신은 1천5백억원대. 키코와 피봇손실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결국, 태산엘시디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하나은행이 떠안아야할 부실은 엄청날 수도 있다. 키코거래는 기본적으로 기업과 은행, 증권사간의 거래로 태산엘시디가 이에 따른 손실을 지불하지 못하면 키코계약을 체결한 은행들이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같은 모험을 감행하기 보다는 차라리 출자전환을 통해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MB정부의 슬로건이기도 한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부합된다는 점도 이같은 판단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출자전환을 선택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태산엘시디의 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는 것. 태산엘시디는 우량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키코관련 손실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탄탄한 회사로 알려졌다.

언젠가 드러날 책임소재에 대한 부담감도 중요한 요인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법원의 일부 판결때문에 '은행책임론'으로 기우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하나은행은 태산엘시디 관련 손실에 대한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윤교중 부회장을 비롯한 일부 임원에 대한 책임성 인사를 단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아무튼, 태산엘시디 관련 손실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당장 떨어낼 수도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울며겨자먹기식 고육지책인 것은 분명하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등 건전성 지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이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재무적 부담을 덜면서 기업은 회생의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의 정성태 선임연구원은 "금액이 미미하거나 태산엘시디가 유망하지 않았다면 단순 장기채무전환을 택했을 것"이라며 "당장 부실을 청산하기엔 은행의 부담이 너무 클뿐더러 태산엘시디는 키코를 배제한다면 매우 견실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선택한 태산엘시디에 대한 해법이 윈-윈이 될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이번 출자전환은 키코문제의 새 해법인 동시에 또 다른 측면에서는 부담도 된다.

무엇보다, 형평성 문제가 우려된다. 이번 하나은행의 조치로 키코로 손실을 입은 중소기업들의 출자전환요구가 잇따르지 않을까하는 점에서다. 태산엘시디의 경우 채권단의 판단뿐아니라 객관적으로 키코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우량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즉, 우량기업에 한해 출자전환을 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기준이다. 하지만, 우량과 비우량을 가늠짓는 명약관화한 잣대는 없다. 어짜피 기준은 모호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요구가 빗발칠 경우 은행들이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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