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시행 앞두고 은행VS증권 여전히 밥그릇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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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결제 서비스 놓고 대립 '팽팽'

[서울파이낸스 안보람 기자] 자본시장 통합법의 시행이 약 보름 앞으로 성큼 다가왔지만 은행권과 증권사의 대립은 여전한 모습이다. 특히 증권사의 소액결제 서비스를 놓고 은행권과의 대립이 팽팽해지면서 당초 일정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증권사들은 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입·출금, 자금이체, 자동이체 및 신용카드 대금 자동납부 업무 등을 수행해 왔다. 증권종합계좌(CMA), 증권위탁계좌 등을 대행 은행의 가상계좌, 보통예금 계좌와 연계해 처리해 온 것. 그러나 자통법의 실행으로 증권사의 소액결제가 가능해지면서 증권업계는 은행을 통한 자금이체 대신 자신의 계좌를 통해 직접 자금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자금이 은행으로 편중되는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며 기대를 표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지급결제망을 관리하는 금융결제원이 참가를 원하는 증권사에 대해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의 A그룹은 연간 273억~331억원, 자기자본 5000억~1조원 미만의 B그룹은 191억~226억원, 5000억원 미만의 C그룹은 173억~209억원의 참가비를 요구한 것.

최근 증권업협회 황건호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자통법에서도 금융투자회사의 자금이체 업무를 허용해 주고 있지만 참가비 문제로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금융결제원 소액결제서비스 이용을 위한 참가비 규모는 총 6488억원에 달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이 비용이 산출됐는지도 불투명하다. 결국 금융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해 대형사는 20%, 중·소형사는 50% 깎는 조정안이 나왔지만 은행권은 현재까지 답이 없다. 금융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은행권이 대승적으로 판단해 길을 열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황 회장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은행연합회는 "증권업협회와 증권사는 금융결제원으로부터 특별참가금 산출기준에 대한 설명을 이미 들었다"며 "구체적으로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등 산출 기준을 소상히 알고 있는데 비용산출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것은 부적절 하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결제원의 산출기준을 무시하고 최대 50%를 깎아달라는 것은 증권사의 무임승차"라며 "버스 요금이 정해져있는데, 일반인이 버스를 탑승해서 '본인은 성인의 버스 요금이 어떻게 산출됐는지 모르겠으므로 어차피 운행하는 버스인데 반값이나 학생 요금을 내고 타겠다'고 요구하는 것과 사실상 다르지 않는 억지 주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별 증권사는 비용과 효과 분석을 통해 지금처럼 대행은행을 통해 하거나, 아니면 참가금을 내고 가입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이와함께 연합회는 "증권사 지급결제는 자통법 제40조에 명문화 돼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실시 사례가 없고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높다는 판단에 변함이 없다"며 "이미 법제화 돼 있어서 시행이 불가피하다면 국제 사례 등을 감안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강구하는 것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반면,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소액결제가 시작되면 은행권 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어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과도하게 높은 가입비를 책정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은 '월간하나금융1월호'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심각한 취약성을 노정했던 선진 금융기법이 뒤늦게 도입되면서 국내 금융 안정마저 훼손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크다"며 "최근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은행지주를 매개로 한 겸업화 위주로 금융산업 전반의 건전성 및 안정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라고 자통범 시행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섣부른 자본시장 선진화보다는 전통적 은행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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