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그리고 미네르바
대우조선, 그리고 미네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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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시중의 일반적 관심사가 미네르바 구속 사건이라면 경제계의 관심사는 대우조선 인수를 둘러싼 한화와 산업은행의 분위기일 터다. 대우조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한화와 매각주체인 산업은행이 한화 측은 현재 인수자금 조달계획을 둘러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협상 결렬 쪽으로 성급하게 예단하는 기사도 등장하는가 하면 한화 측의 벼랑 끝 전술이라는 해석도 등장하고 있다.

당초 새끼 악어가 물소를 문 듯 한 부조화를 보였던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가 마냥 순조롭기만을 기대했던 이들은 드물었을 것이다. 또 지금 한화와 산업은행의 티격태격은 실상 거의 모든 인수절차에 당연히 거칠 과정과 같은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금의 대우조선 인수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역시 자연스럽게 뵈질 않는다. 많은 이들은 협상 결렬 따위는 없다고 못 박아 버린다. 산업은행이 결국은 한화에 끌려가 결론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들 예상한다.

한화가 버틸 수 있는 기업 밖의 그 뒷배를 염두에 둔 해석이겠다. 새끼 뒤에 버티고 있는 어미 악어 때문에 덩치 큰 물소도 결국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는 경험칙을 다수 국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힘이 결과를 낳는다는 정글의 법칙을 내재화시켜가는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다시 10여 년 전의 경험 속으로 주저 없이 되돌아가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속한 사회의 가고 있는 길을 읽을 수 없으니 당연하다 할 수도 있다. 그 끝이 설사 사회적 퇴행이라 하더라도 개개인 국민들은 바뀐 잣대로 해독하는 법을 빨리 배울수록 생존확률이 높아지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대우조선건과 유사한 버티기, 힘겨루기는 눈에 띄든 아니든 여기저기서 쉼 없이 벌어지고 있다. 외부인들이 볼 때는 같은 집단, 같은 그룹들끼리도 끊임없이 저마다의 배경을 믿고 버텨간다. 때로는 같은 배경 아래 있을지라도 친소관계로 결과가 나뉘기도 한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이야말로 현재 이 사회의 기득권 세력들이 찬양해 마지않는 나라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우리는 지금 세뇌당하고 산다.

그러다보니 ‘미네르바’라는 한 네티즌을 검찰이 ‘허위사실 유포죄’로 구속하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라는 집단이 얼마나 천박한 사유의 수준을 갖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구속하고 보니 미네르바가 겨우 전문대학을 나온 백수였더라는 게 이 나라 메이저신문들이 내놓은 보도의 헤드라인이었다. 모 신문은 아예 모두가 가짜에게 속았다고 제목을 뽑아놓음으로써 인터넷 대중 모두를 웃음거리로 폄하했다.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는 그의 글 내용이 맞느냐 아니냐는 관심 밖이었고 오직 그가 무슨 학위를 갖지도 않았고 외국 명문대 출신도 아닌 ‘고작 전문대 출신’이라는 것에 마음껏 비웃음을 보낸 것이다. 경쟁의 승자만이 말할 자격이 있는 사회라는 듯.

그러나 미네르바가 누구냐고 궁금해 한 사람들은 대체로 그의 글로 인해 입장이 곤란해진 오피니언 리더 그룹들이었을 뿐이다. 더 많은 인터넷 대중들은 그가 누구든 어떻게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들도 전부 ‘당했다’는 표정을 짓는 시절에 홀로 그렇게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는지가 관심사였을 뿐이다. 그가 구속됐다는 뉴스에 펀드 손실로 시름하는 한 젊은이는 “미네르바를 허위사실 유포 죄로 구속하려면 이 나라 모든 애널리스트들을 다 허위사실 유포 죄로 구속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또 다른 젊은이는 지난 대선 공약을 내건 이들부터 허위사실 유포 죄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거든다.

그가 진짜 미네르바가 맞느냐고 내내 궁금해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러나 어떻든 정부와 검찰은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인터넷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완전하지는 않아도 일정 정도의 성과를 냈다고 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구속사건을 벌인 검찰의 발표내용이 갖는 그 천박성이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가 이룩한 여러 성과들을 스스로 붕괴시키기 위해 무리수도 마다하지 않는 그 심리적 기저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미네르바 구속을 통해 감히 고졸 출신이 대통령인 게 심기 불편해 사사건건 발목 잡았었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해프닝을 검찰이 벌인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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