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금리인하 효과 오래갈까
한은의 금리인하 효과 오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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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신 금리 하락에 금융소비자들 명암 엇갈려
지속적 영향 기대는 '무리'

[서울파이낸스 안보람 기자] 한국은행의 계속된 금리인하가 중장기적으로 목적한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2.5%로 끌어내렸고,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는 추가 금리인하 시사를 마다하지 않고 있어 기준금리가 앞으로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준금리에 대한 금융권의 전망은 정책효과를 고려해 2%가 마지노선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현재의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1%대도 가능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또 일본이나 미국처럼 제로금리 수준(0.5%)까지 인하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은의 이같은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에서 내는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리고, 내리고, 또 내린다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한은은 최근까지  4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결국 역대 최저치까지 기준금리를 내렸다. 한은은 지난해 10월9일 5.25%였던 금리를 5%로 내린데 이어 같은달 28일 4.25%로 내리더니 11월 7일에는 4%로 낮췄다. 한달 뒤에는 1%포인트 인하라는 전대미문의 인하를 단행해 역대 최저치인 3.25%를 갱신했고, 지난주 추가로 0.5%포인트 인하를 추가했다.

한은은 금리의 빠른 인하 배경으로 경기의 빠른 하강을 꼽았다. 경기가 생각보다 빠르게 후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막고 금리인하로 자금경색을 풀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신용경색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경직을 막아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로 고려됐다. 또  지난해 150달러를 육박하던 유가가 40달러 선으로 꺽이면서 물가상승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한은이  이같은 파격 인하를 가능케 할 여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예금자·대출자 명암 엇갈려

일단 한은의 복잡한 속사정을 뒤로 하더라도 금리인하에 따른  명암은 엇갈린다.  우선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예금금리 및 대출금리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어 이자부담이 큰 대출자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는가 하면 반대로 이자소득을 목적으로 재테크에 나선 투자자들에게는 불만을 사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분 은행의 1년 만기 예금금리는 최근 4%중반으로 내려앉았다. 지난 10월까지만해도 은행들의 저축성 예금 평균금리가 6.31%였던 데 비해 2%포인트 가량 급락한 것이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실질금리는 제로 수준에 가깝다는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즉 금리하락에 따른 소득수입이 줄어든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  

실질금리는 예금금리에서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세율 15.4%)를 뺀것으로 계산되는 데 지난달 현재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1%를 기록했다.

반면, 돈을 빌린 가계나 기업은 이자부담이 줄어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주택 담보 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10월 7.58%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기때문이다. 12일 기준 국민은행의 3개월 변동 금리 대출은 연 4.01∼5.51%이며 신한은행 4.25∼5.55%, 우리은행 4.35∼5.65%, 하나은행 .38∼6.08% 등이다. 개인신용대출 금리도 크게 떨어져 최저금리는 5%대에 진입했고, 기업대출 금리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지면 당장 가계와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완화하고 기업들은 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투자와 생산이 늘고 고용도 창출되는 효과가 있다"며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하효과, 오래갈까?

그러나 한은의 금리인하 효과가 단기적으로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일단 금융권 관계자들은 당장 자산가격 하락, 신용경색 등으로 금리인하에 따른 효과가 나타날수는 있지만 이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11일 '금융정책의 제약 요인과 유의점'이란 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은 금리, 자산가격, 환율, 신용창출 등의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에는 이같은 경로가 크게 제약을 받고 있다"며, 한은의 금리인하 효과에 의문표를 찍었다.

최문박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에는 자산가격이 급락하고 각국이 동시에 금리를 내리고 있어 자산가격이나 환율 경로를 통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금리와 신용창출이 정책 효과가 파급되는 주된 경로가 될 수 있는데 이 부분 역시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고 있고 기업 구조조정도 남아있는 등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 금융기관이 대출을 꺼리면서 신용창출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불확실성으로 자금이 단기부동화되고 무위험자산에 쏠리면서 신용위험이 있는 기업에는 자금이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고적적 의미의 경제학원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금리를 내리면 주가가 오르면서 '부(富)의 효과'로 투자와 소비가 늘고, 미국 등과의 금리차 축소로 환율이 오르면서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또 시중금리가 하락하고 자금여건이 개선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증가해야 하지만한은의 이런 기대치와 걸맞지 않게 최근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최연구원은 "여기에 물가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우려로 금리를 내리더라도 실질 이자율(명목금리 - 물가상승률)이 크게 하락하지 않으면서 소비·투자의 증대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한계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며 "부실채권 매입, 기업 구조조정 등을 비롯한 선별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다른 경제연구소들도 한은의 금리인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는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금리인하만으로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른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최근 자금의 단기부동화가 심화되는 것은 국내 금융권과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자칫 기업이 잘못돼 투자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되면 어떤 투자자도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단기자금 시장은 상당히 개선됐지만, 신용등급이 A등급 미만인 채권시장은 여전히 경색 국면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금리인하 이외의 다른 금융정책에 무게를 둘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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