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BIS비율 족쇄풀면 돈 돌까
은행 BIS비율 족쇄풀면 돈 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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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각종 유동성 공급 정책에도 `돈맥경화'가 지속되자 금융당국이 은행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의 규제 수위를 낮췄다.

은행들이 자본 확충에만 매달리면서 중소기업과 가계에 대한 신규 대출을 꺼려 시중에 자금이 흐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로 은행들의 대출 여력은 커지겠지만 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가시화되지 않았고 경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자금 지원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불투명하다. 특히 일관성 없는 감독정책이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 금감원 "BIS비율 12% 목매지 마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9일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 처리를 확실히 하고 중소기업 지원을 열심히 해서 BIS 비율이 11~12%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애초 금감원은 은행들에 BIS 비율을 이달 말까지 11~12%로 높이라고 권고했다. 은행법과 감독규정상 BIS 비율은 8% 이상만 유지하면 되지만 경기 악화와 기업 구조조정, 대출 부실 확대 등에 대비해 미리 자본을 많이 확보하라는 뜻이었다.

금감원 권고를 금과옥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은행들은 작년 9월 말 현재 평균 10.86%인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은행채 발행과 증자 등을 통한 자본 확충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BIS 비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대출에 몸을 사리는 바람에 중소기업과 가계는 문전박대를 받았다.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작년 11월 4조1천억 원이 증가했지만 12월에는 1조8천억 원 급감했다.

이에 따라 김 원장은 "경영실태평가상 우량 은행으로 판단하는 기준은 BIS 비율 10%다", "기업 지원을 게을리하고 부실 처리를 하지 않으면서 BIS 비율을 유지하는 것은 의미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은행들의 평균 BIS 비율 권고치를 12%에서 10%로 낮추면 대출 여력이 최대 240조 원가량 생기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BIS 비율 권고치가 1%포인트 낮아졌을 때 우리은행은 17조 원의 대출 여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 은행들 "대출 늘리라고?..글쎄"
은행들은 BIS 비율을 12%로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덜면 돈을 풀 수 있는 여력이 지금보다 많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의 주문만큼 대출을 대폭 확대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A은행 관계자는 "BIS 비율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출을 늘릴 것"이라며 "그러나 경기가 안 좋고 구조조정도 아직 이뤄지지 않아서 크게 늘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대출은 고객의 신용도와 시장 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BIS 비율 목표치가 낮아졌다고 해서 돈 풀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금감원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은행 관계자는 "BIS 비율을 12%로 맞춰놓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늘리기 어려웠는데 사정이 좀 나아질 것"이라며 "하지만 나중에 다시 12%를 달성하라고 주문할 수 있어 대출을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D은행 관계자는 "BIS 비율 12% 유지는 금감원의 권고치였지만 은행들은 절대치로 여겼다"며 "이제 와서 10%만 넘어도 우량 은행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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