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효력 정지 결정에 은행권 '울상'
키코 효력 정지 결정에 은행권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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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피해 중소기업들 줄소송 예상
은행권, 손실 떠안을까 '전전긍긍'
[서울파이낸스 안보람 기자] 법원이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대해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첫 가처분 결정을 내리자 은행권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키코 피해 기업들은 남은계약 기간동안 환율급등에 따른 추가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됨에 따라 한시름 놓는 모습이다. 또 이번 판결을 근거로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할 기회도 얻게 됐다.

하지만 은행권은 그렇지않아도 힘든 요즘 키코 피해 기업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또 기업이 보게 될 손실만큼 은행이 고스란히 대신 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이 곤두선 상황이다.

■법원, "남은 계약기간 키코계약 무효"
서울 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동명 수석부장판사)는 30일 주식회사 모나미와 주식회사 디에스엘시디가 SC제일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옵션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본안 판결 선고 시까지 모나미 및 디에스엘시디와 SC제일은행 사이의 키코 계약 중 해지 의사를 송달한 올해 11월3일 이후 구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법원이 키코 계약 자체의효력에 대한 판결을 한 것은 처음으로 계약자체의 무효결정이 아니라 남아있는 계약기간을 무효처리한 것은 은행과 기업의 입장을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계약 당시 각 회사와 은행이 원ㆍ달러 환율이 일정한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변동할 것이라고 전제했는데 환율 급등으로 모나미 등이 엄청난 거래 손실을 봤고 남은 기간에도 비슷한 상황이 예견되는데 이는 계약 당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으므로 계약 의무를 강요하는 것은 신의칙에 현저히 반한다"고 밝혔다.

특히 "계약의 기초가 된 객관적 사정이 계약 후 현저히 변경되고 이를 당사자들이 예견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당사자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생긴 것이며 계약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면 장래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키코 계약상 환율이 급등하면 모나미 등이 무제한의 손실이 생기고 이는 회사의 거래 목적이나 재무구조, 영업상황, 위험관리 능력 등에 비춰 적합하지 않으므로 은행이 손실을 제한할 수 있는 다른 거래 조건을 권할 의무가 있는데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계약이 내포한 위험에 관해서도 일반적ㆍ추상적으로 알렸을 뿐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고 환율이 안정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만을 강조하고 상승할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계약 체결 과정의 문제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 줄소송 할까?'…은행권 '초비상'
이번 법원 판결로 키코 피해 기업들은 무더기 소송이나 계약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는데 힘을 얻게 됐다. 반면 은행은 '울상'이다.
소송의 대상이 된 SC제일은행은 "법원으로부터 정식 통보받은 것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기업입장만 고려한 무책임한 판결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할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든 금융거래는 주가, 환율 등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해서 이뤄지는데, 취급 당시의 가치는 무시하고 나중에 바뀐다고 해서 계약을 무효로 한다면 금융 계약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업들도 당장은 좋을 수 있지만, 앞으로 은행들이 환위험을 헤지할 수있는 파생상품 취급을 꺼리면 오히려 불리해질 것"이라고도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질 판국에 놓였다. 이번 판결로 기업들이 남은 계약기간동안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헤지를 위해 거래한 거래 상대방에게 대신 대지급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은행권은 본안소송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가처분 결정만으로는 은행들이 불리해졌다고 보기 어렵고 하나의 케이스에 대해 법원이 기업의 주장을 일정 부분에 대해 인정해줬다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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