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전쟁 중인 세계의 미래
금리전쟁 중인 세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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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올 연말 미국의 제로금리 채택으로 인해 새로운 금리전쟁 체제에 돌입했다.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에 일본과 유럽의 금융정책이 큰 압박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경제의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서 벌어진 이런 주요 선진국간의 경쟁적 금리·금융정책 전개는 세계 기류에 어느 나라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한국 경제시스템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12월초 한꺼번에 1%p나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조차 이런 세계적 기류 속에서 빛이 바랜다.

이미 일본은 여러 차례 제로금리를 채택했다 해제하기를 반복했지만 전통적으로 저금리 사회였던 일본의 금리정책이 세계경제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그나마 일본은 2007년 하반기 이후 제로금리 상태를 벗어났다.

그런데 이번엔 미국이 제로금리로 국채 발행에 나서며 실질적 제로금리 시대로의 진입을 시도함으로써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엔화 약세로 인한 경기 호전의 재미를 만끽한 일본의 경우 아무리 일본 경제의 규모가 커졌다 해도 여전히 1국 단위화폐의 환율 문제에 국한된 것이어서 세계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별반 크지 않았으나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달러의 위세가 그간 많이 추락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세계경제의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제로금리 채택은 이미 제로금리 시대를 경험한 일본은 물론 유럽 등 세계 각국의 금리정책에 강력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연 일본이나 유럽이 모두 미국이 채택한 방식의 금리인하 정책에 동조할지, 그보다 더 강도 높은 금융지원정책을 실시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제로금리 시대를 여러 번 경험한 일본의 경우 금리인하 기대심리가 다른 어느 사회보다 큰 것으로 알려져 있어 뒤따를 가능성이 많아 보이지만 유럽은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실물부문에서의 반응이 기대이하로 낮다는 데서 찾아진다. 미국 정부의 과감한 제로금리 정책 채택에도 불구하고 즉각 반응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던 주식시장의 반응은 매우 차갑다. 18일 전 세계 주식시장이 모두 하락세를 지속한 것이다. 이는 아직 내년 실물경기 회복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달라진 것은 환율뿐이었다. 제로금리에 이어 미국정부가 발권력을 동원하겠다는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표명하면서 달러가치는 즉각적으로 급속한 추락현상을 보인 것이다. IMF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던 원·달러 환율도 18일에 당장 1300원 선을 밑돌만큼 빠르게 안정을 보였다.

문제는 지금처럼 달러를 비롯한 세계 통화흐름이 원활해지면 기대한대로 경기가 호전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를 중심으로 시작된 금리전쟁은 실상 심장이 멎어가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펼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사망을 막는 긴급처방으로서의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 경기를 가라앉게 만든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고 지금과 같은 긴급처방만으로는 이 같은 상황의 반복을 막을 길이 없다. 자본주의가 생래적으로 지니고 있는 취약점을 지구공동체의 공동의 노력으로 보완, 극복하지 않고 대증요법만으로 이번과 같은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최대의 취약점은 소수의 자본규모가 커질수록 블랙홀처럼 세계의 자금들을 흡입해 들이는 데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자본 자체로서 이를 억제시키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2008년을 강타했던 오일가격 폭등 역시 자본의 무한 욕망이 빚어낸 소동이었음이 이 연말에 재차 확인되는 것을 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석유수출국기구 OPEC이 감산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거대자본에 의해 확보된 오일 양이 워낙 많아 가격 하락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 자본주의의 모습은 자본이 인간을 지배하는 구조다. 이를 인간이 자본을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구조로 이행시켜 가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 절실한 시대다. 그러자면 각 부문의 정치력의 회복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물론 자본의 손바닥 위에 놓인 각국의 제도정치에서 그런 기대를 갖기 힘들다는 게 더 근본적 문제가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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